[황립] 전력 60분, 거짓말

쿠로바스/소설 2015. 1. 18. 00:28

황립, 전력 60분 거짓말.


변함없이 지각. ㅎㅎㅎㅎ....ㅎ...ㅎㅎㅎㅎ.........(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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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은 많은데 그냥 공부가 하기 싫었다. 이번 시험에 낙제하면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는 소문에 카사마츠는 농구는 잘해도 공부는 못하는 구제불능 에이스를 데려다 교실에서 함께 시험 공부를 하였다. 손때를 타 꾀지지한 초록빛 커튼이 바람을 따라 시원하게 펄럭거린다. 열어둔 창문 밖에서는 하교를 하는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조용히 교실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키세는 형광펜으로 무의미한 선들을 문제지에 주욱주욱 그어내리다 그냥 카사마츠를 보았다. 카사마츠는 문제지 위에 어지러히 흐트러진 숫자와 기호들을 정리하느라 키세가 쳐다보는 줄도 몰랐다. 아무것도 없는 공책위로 카사마츠의 손이 돌아다닐때마다 공식들이 차례대로 줄을 맞춰가며 정리되었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지 지긋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에, 자신이 카사마츠의 아랫입술이 된것마냥 저릿해졌다.


건조한 공기에 부르튼 키세의 입술이 조용히 열리고, 몇번이고 머뭇거리다 결국 카사마츠 이름 한음절도 채 불러보지 못한채 마른 입김만이 허공에 흩어졌다. 혀끝에 뱅뱅 멤돌던 이름은 이윽고 그에 대한 감정과 함께 목 뒤로 삼켜졌다. 괜스레 눈물이 나올거 같아 고개를 팔에 묻었다. 눈을 감아도 아스라히 보이는 카사마츠의 형상에 키세는 서러웠다. 펜을 놓은채 가만히 엎드려 있는 키세를 눈치 챈 카사마츠는  키세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왜, 공부하기 싫어? 피곤해? 조금 잘래? 있다 깨워줄게."

 

토닥토닥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조용히 묻는 카사마츠에게 키세는 고개를 절레 절레 하고 저었다.


 자신이 어제 밤새서 촬영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후 카사마츠는 무리하지 말라며 배려를 해주었다. 연습메뉴도 가볍게 짜주고, 공부를 하다가도 이렇게 쉬는 시간도 주고. 무엇보다도 오늘은 한대도 맞지 않았다. 

아무런 말 없이 그냥 조용히 배려하는 모습에 가슴 한쪽이 저릿해져왔다. 어느 주장이 이렇게 배려를 해줘요. 선배.


공부가 하기 싫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보이는 푸른 4번이 더 싫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똑바로 보아오는 그 눈이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은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마음에 들어가더니 나중에는 카사마츠 그 자체가 좋았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같이 가고 싶고, 재밌는 것이 있으면 같이 보고 싶고. 그것도 단 둘이만. 그래도 키세는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테이코 때와 달리 선배라는 존재가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기적의 세대들에게도 이랬으니까. 그들이 마음에 들었고 그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 


뭐 그래도 지금은 다 뿔뿔히 흩어졌지만.


애꿎은 종이를 팔랑거리며 머리속에 차례대로 떠오르는 그들의 모습을 애써 지웠다. 눈 앞에 보이는 공식들에 더욱 더 머리가 아파왔다. 이런것을 배워봤자 사회에서 써먹기나 할까. 그냥 농구 하고 싶다. 흘낏 카사마츠를 쳐다보자 어느새 다른 페이지를 펼쳐 빠르게 풀어가고 있었다. 멍하니 카사마츠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농구공을 잡던 단단한 손이 부드럽게 종이를 유영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예뻐서 키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카사마츠의 오른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 쳐다보는 카사마츠의 눈에 키세가 어색하게 웃으며 끝나고 오꼬노미야끼 먹으러 가요! 라고 둘러대자 카사마츠는 알았다는 듯 픽하고 웃고는 다시 공책으로 눈을 돌렸다. 


흘낏 카사마츠를 보고 책상밑으로 손을 내려 카사마츠를 잡았던 손을 크게 폈다가 다시 꾹하고 크의 손을 잡듯 꾹하고 주먹을 쥐어보았다. 부드럽던 여자 손보다 딱딱하고 거친 그 손에 설레는 제가 싫었다. 이건 뭐 게이도 아니고. 아니다, 설레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손이 닿아서 싫어서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일테지.




"아직도 다 안풀었냐?"

"이제 곧 다 품다! 앞으로 세 문제만 더 풀면 돼요."



아까도 거기였던 것 같은데. 아님다, 아까는 8번이었고 지금은 10번임다. 투닥거리면서도 열심히 문제를 푸는 키세의 모습을 보며 카사마츠가 웃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꽤 수학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에 절로 뿌듯함이 몰려왔다. 다 풀었다며 활짝 웃는 노란 눈을 보며 다시 한번 같이 웃어줬다.



"선배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시합 이긴 것도 아닌데 무슨 하이파이브야."

"수학 문제 다 풀었잖아요! 기적임다 이건!"

"얼씨구."



투덜거리면서도 양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 자세를 취하는 카사마츠를 보며 키세는 씨익 웃으며 경쾌하게 손바닥을 짝하고 부딫혔다. 같은 거푸집에서 만든 것마냥 딱 맞게 부딫혀오는 손에 고양이털을 목구멍에 넣은 것 처럼 간질간질 해졌다. 방실 방실 웃는 키세를 보며 같이 웃다가 이상했는지 급히 웃음을 참으려 묘하게 일그러지는 카사마츠의 입꼬리가 마음에 들었다. 


가볍고 경박하게 콩콩 대던 가슴이 어느새 제 심장 하나를 묵직하게 누를 정도로 크게 자라있었지만 키세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위로 가면을 씌웠다. 자신이 카사마츠를 좋아할리 없다. 






-




카사마츠를 좋아하는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키세를 쓰고 싶었는데 결과는 왜죠..? 왜 내 머리와 손은 따로 노는 거죠??? 


카사마츠는 예전부터 키세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키세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속앓이 끙끙. 왠지 둘다 똑같이 짝사랑해도 감정기복이 큰 키세가 더 크게 앓을 거 같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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