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give love

쿠로바스/소설 2014. 12. 31. 21:32





부활동이 끝나고 다들 집에 가는데 키세 혼자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라커 앞에서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카사마츠는 덩치도 큰 게 구석에 콕 박혀서 조물딱 조물딱 뭔가를 만드는게 신경쓰여 다가가 등 언저리를 툭 쳤다. 



"뭐하냐?"


"마음 접어요."



키세의 의미심장한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키세의 손 언저리를 쳐다보자 분홍빛 색종이로 하트 모양을 접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겍. 이것 조차 핑크냐_ 대단하네 이케맨. 평범한 남자들은 따라 갈 수 없는 색깔을 입고 다닐 때 부터 알아봤지만 이런 것 까지 분홍빛일줄은 몰랐기에 당황스럽기도 하면서도 키세라면 당연한 건가. 싶은 두가지의 상반된 생각이 엉켰다. 



"니가 소녀감성인거는 알았지만 이런것 까지 접을 줄은 몰랐네."


"예쁘지 않슴까?"


 

키세가 접은 하트는 괜스레 보는 쪽이 간질 간질 해질 정도로 분홍빛이라서 카사마츠는 여자애들을 대할 때처럼 무심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런 카사마츠를 보고 키세는 정성스럽게 접은건데 상처받았다니 뭐니 하면서 칭얼댔다. 


옆에 딱 달라붙어서 제 작품을 봐달라고 어리광을 부리자 못 이기는 척 카사마츠는 키세의 손에 있는 하트를 쳐다봤다. 꼼꼼한 성격을 반영이라도 하듯 반듯하게 접힌 모양새가 가끔 반 여자애들이 접던 것보다 나아서 무의식적으로 코트에서의 버릇처럼 칭찬을 하자, 기쁘다는 듯 키세의 눈꼬리가 반으로 살풋 접혔다.


신이 난 듯 누나한테 예쁘게 접는 방법을 배워왔다며 방방 떠드는 목소리가 꼭 강아지사 애교를 떠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이제 졸업하면 보지 못할 모습이라 그런지 더욱 더 키세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는 요즘이었다. 



어느 덧 캄캄해진 창 밖에 둘은 급하게 짐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했다. 문을 잠그고 나가기 전 그렇게나 자랑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키세는 하트를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툭 던졌다. 



"너 저거 정성들여 접은 거 아니냐?"


"그래봤자 쓰레기인걸요. 어디 줄데도 없고."



그러냐_ 하고 덤덤하게 말은 했지만 카사마츠는 왠지 모르게 신경쓰여서 하교길에 체육관에 뭘 놓고 왔다는 핑계로 다시 돌아가 키세가 버린 하트를 주워왔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카사마츠는 키세를 좋아했다. 후배로서 좋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애감정을 담고 있었다. 키세가 알면 부담스러워 할 것이 뻔했기에 아무런 티도 안내고 졸업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겠거니 하고 천천히 제 마음을 내리 누르고 있었는데, 가져왔다. 키세가 버린걸. 그것도 몰래 주워서.



"이건 어디의 스토커냐.."



접는다고 꾹꾹 눌러온것이 무색할 만큼 완벽한 스토커 짓에 카사마츠는 침대에서 좌절했다. 그래도 찜찜한 것 보다야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좌절감을 덮었다.





*




그 다음날 어제 아무렇지 않게 버렸던 모습과는 달리, 키세는 또 정성들여 분홍색 종이로 하트 모양을 접고 있었다. 하나 하나 꾹꾹 눌러가며 어긋남 없이 마치 장인마냥 하트를 접어대는 모습에 그럴거면 왜 어제 그렇게 쉽게 버린거냐. 라는 생각을 하며 카사마츠는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다시 키세는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잖아요. 하고 버렸고 카사마츠는 다시 몰래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한달이 반복되자 카사마츠 방 책상 한 구석에는 분홍빛 하트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완벽한 스토커로 자랐구나. 카사마츠 유키오. 장하다!

밀려오는 자책감과 좌절감이 카사마츠의 온 몸을 짓눌렀다. 차라리 무라사키바라한테 짓눌리는 것이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바르게 컸고 풍기위원까지 맡았던 저인데, 결국 하는 짓은 스토커였다. 그것도 찌질한.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과 동생들은 고백 받았냐고  놀려댔지만, 카사마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마 짝사랑하는 사람이 버린 것을 주워왔다고 말하기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할것이 뻔했다. 자신도 이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데, 어떻게 남을 이해 시킬 수 있을까.



책상 가득 쌓여있는 하트들을 보며 카사마츠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저 마음이 그득그득한 하트를 누구한테 보내는지는. 분명 세이린의 투명소년을 향한 마음일것이다. 올곧은 눈으로 제가 쿠로콧치의 빛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키세의 모습이 눈에 선명하다. 세이린의 투명소년에게 질투가 나기도 했다. 세이린은 그렇다 쳐도 카이조에서의 파트너는 자신인데 아직까지 믿음직 스럽지 못하나 싶기도 하고.

자괴감도 들었다, 왜 나는 이 나이 먹고 저런게 좋아서. 성별을 떠나서 왜 하필 좋아해도 저 성격나쁜 모델을. 매번 피어싱 때문에 풍기위원회에 잡혀오는 놈이 저놈인데. 왜 나는 저걸 좋아하게 된거지. 그리고 왜 난 저놈 때문에 스토커 짓을.


온몸으로 뻗쳐오는 자괴감에 카사마츠는 괴성을 지르며 침대위를 뒹굴었다. 시험기간이니 조용히 하라는 둘째의 말에 알았다고 외치고 마음도 가라앉힐 겸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이제 졸업 할 거고 어쩌면 앞으로 키세를 영원히 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선배 다운 짓이나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카사마츠는 침대에서 일어나 수북히 쌓여있는 색종이 쪽으로 다가갔다. 


이 안에 들어있는 마음이 전부 투명소년 니꺼라고. 한 번만 키세를 제대로 봐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물론 키세가 자신한테 화를 낼 것 이라는 것도 안다. 선배가 뭔데 참견이냐 하겠지. 그래도 진심을 담아 말로 설득하는 것은 자신있으니까. 아마 키세가 이제까지 좋아한다 외친것보다 자신이 나서서 말을 하는게 더 효과가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분홍색 하트를 펼친 순간 카사마츠는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름이 색종이에 반듯하게 적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보자 모두 종이 한 가운데 카사마츠 유키오라고 정갈하게 쓰여있었다.



"이게 뭐야.."



쌍방 짝사랑이었다는 생각에 귀끝까지 빨개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분명 빨개졌을 것이다. 카사마츠는 분홍빛 하트들과 펼쳐진 종이 가득히 들어있는 자신의 이름들 사이에 주저앉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 창피하고 좋아서 열이 오르는 얼굴이 부끄러워서 아무도 없는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감추기 급급했다.





*


다음날도 변함없이 꼼꼼히 하트를 접는 키세를 보며 카사마츠는 얌전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안에 내이름이 적혀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랫배가 근질거리기도 했고, 저걸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키세의 모습에서 화가 나기도 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던가. 저게 뭐하는 짓이야.

저도 말할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키세만을 탓하는 마음이 괜스레 미안해서 몇번 헛기침을 하다가 키세에게 말을 걸었다. 




"키세."


"아, 죄송함다. 너무 오래 걸렸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 끝 부분만 다 접으면 되니까_"


"그거 다 접으면 나 줘라."


"에?"



아뇨, 선배, 그, 잘 접지 못해서 주기는 좀 그러니까! 



허겁지겁 변명하듯 손을 내저으며 하트를 숨기는 키세의 모습에 카사마츠는 킁_ 하고 콧방귀를 한번 뀌었다. 못 접기는 무슨. 뭐든 다 잘하는 놈이 저걸 못할리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매일 예쁘게 접지 않았냐고 자랑을 했는데 오늘 하루 이상하게 접었을리도 없고.  어떻게든 카사마츠한테 주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키세를 보며 카사마츠가 교복 주머니를 뒤졌다. 



"내거랑 바꾸자."



새빨간 색종이로 접은 하트를 좌우로 흔들며 무덤덤하게 말하는 카사마츠의 모습에 키세의 눈이 동그래졌다. 



"카사마츠 선배도 종이접기 관심있었슴까?"


"어제부터."



신기하다는 듯이 하트를 숨기던 것도 잊고 빤히 카사마츠의 하트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던 카사마츠가 빠르게 키세의 손에 들린 분홍빛 마음을 채갔다. 이정도 틈도 이용못해서야 전국 굴지의 PG라는 별명이 아깝다. 

여자애들 처럼 꺅꺅 대며 돌려달라는 키세의 손에 새빨간 하트를 쥐어주자 조금은 조용해졌다. 이래서야 우는 어린애한테 사탕을 쥐어주는 꼴이랑 다를게 없었다. 



"선배 그거 가져갈 생각임까?"


"응."


"그냥 제가 다시 접어서 드릴게요! 정말 창피해서 그럼다. 진짜 못접었잖아요, 그거."


"나보다 잘 접었는데."



키세 손에 들린 울퉁불퉁한 하트를 보며 카사마츠가 말했다. 처음 접어본거라 그런지 여러번 접었다 폈다 한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고 하트의 양 끝도 짝짝이었다. 어제 자신만만하게 인터넷으로 알아본 것과 달리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에 몇 장의 색종이를 버렸는지 모른다. 

고등학생인 자신에게 색종이가 있을리는 만무했고 늦은 시간에 연 문방구도 없었기에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의 알림장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준비물: 색종이. 라고 적은 것이 생각나 몰래 가져다가 만들었다. 준비물을 못 가지고 가서 혼이 날 것도 모르고 맛나게 아침을 먹던 막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가득담아서 용돈을 줬다. 그 돈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장난감도 사렴. 물론 색종이를 가져간 것이 자신이라고는 절대 얘기할 수 없었다. 온 집안 사랑둥이인 막내가 저때문에 학교에서 혼난 것을 알게 되면 죽는다. 백프로 엄마한테 죽는다. 



미안하기도 하고 혼나기도 싫은 복잡한 마음에 한숨을 쉬자, 키세가 자신의 탓이라 생각한 듯 선배 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드릴테니까_ 하고 미안한 목소리를 낸다. 변명할 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안절부절 하면서도 묘하게 시무룩한 키세의 머리를 두어번 툭툭 치며 너보다 내가 못 접었으니까. 라고 말하자 금새 기가 살아서 선배 이 부분은 이렇게 접었어야죠 하며 훈수를 둔다. 얄미운 마음에 골탕 먹일 겸 고백도 제대로 할 겸 카사마츠는 몰래 심호흡을 하며 키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이거 펴서 봐도 되냐?"


"네? 에? 예?"


"그렇게나 하트 모양을 잘 접는다는데, 뭐 니거 펴보고 다시 접어보면 어떻게 하는지 대충 감이 오겠지."


"아뇨,아뇨. 선배 그냥 제가 천천히 가르쳐드릴테니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두 손을 휘젓는 키세를 보자 묘한 승리감이 들었다. 요놈 요놈 괴롭히는 맛이 있단말이지. 빠르게 다가오는 키세를 발로 차서 멀리 떨어뜨려놓고 카사마츠는 분홍색 하트를 펼쳤다. 화사하게 펼쳐지는 분홍빛 사이로 보이는 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카사마츠는 키세 몰래 씨익 웃었다.오늘도 썼네. 내 이름. 


저 멀리 날아갔던 키세가 빠르게 다가와 빼앗듯이 색종이를 가져갔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절망한 것 같기도 하고, 일말의 기대감도 조금 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카사마츠가 못봤다고 생각했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새로 접어서 드릴테니까 라고 변명하는 키세를 보며 카사마츠는 턱을 두어번 쓰다듬었다. 키세는 언제까지고 숨길 모양새라 마음에 안들었다. 쌍방 짝사랑이라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무나 먼저 고백하면 되는 것을.


카사마츠는 이윽고 벌떡 일어나 보조 가방을 탈탈 털었다. 그 안에서는 그동안 키세가 접었던 무수한 마음들이 떨어졌다. 중간중간 카사마츠가 펼쳐본 종이도 함께 떨어져 내리며 선명하게 그가 좋다는 키세의 마음을 대변했다. 



"....카사마츠 선배, 이게 대체 왜 선배한테..?"


"내가 다 주워왔는데."


"그, 저기..."


"이미 색종이 안에 뭐가 적혀있는지는 다 봤으니까 어줍잖은 변명 할 생각 하지마라."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고 느꼈는지 키세는 자리에 주저앉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얼굴을 보여주기 싫다는 듯 두 손으로 가리고 쭈그려 앉은 모양새가  반짝반짝거리며 여자애들을 무리로 끌고 다니는 모델 답지 않게 참으로 초라해보였다. 

키세가 무슨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보자. 라고 생각했던 카사마츠는 10분 넘게 지나도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키세의 모습에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키세. 뭐 할 말 없냐."



발끝으로 툭툭 치며 묻자 무어라 꿍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잘 안들려서 뭐? 하고 묻자 조금 더 크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참으로 가관이었다.



"실망이죠. 분명 실망했을검다. 알아요, 저도 제가 이상한거.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던가, 그게 아끼던 후배 녀석이라던가. 분명 싫고 징그러울거 알아요. 그래서 일부러 아무 말도 아무런 티도 안냈는데. 이게 뭐야."


"안 이상하고, 안 징그러운데."


"거짓말! 이럴때도 상냥하게 굴지 마요. 그거죠? 여기서 뭐라고 하면 제가 삐뚤어져서 카이조에 누를 끼칠까봐 그러는 거죠? 그거 착각이고 오산임다! 선배만큼 카이조도 좋으니까 절대 연습에 나올거고 우승할검다. 선배 보란듯이 엄청 잘할거니까!"


"응. 카이조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진짜, 좋아하니까요! 정말 좋아함다. 정말 진짜 이렇게 좋아해본적이 없어요. 다른 기적들보다 쿠로콧치보다 훨씬 좋아함다. 파란색도 좋고, 이렇게 함께 농구하는 것도 좋고. 정말 좋아해요.. 너무 좋아...좋아해."


"카이조가 아니면 내가? 주어가 빠졌잖아."


"선배 진짜 좋아.."



패기있게 외치던 시작과 달리 끝은 볼썽사나울 정도로 초라했다. 울음기가 가득 묻은 소리로 웅얼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꼴사나우면서도 사랑스럽게 귀여워서 카사마츠는 실소를 머금었다.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콩깍지가 잔뜩 낀 자신이 우스웠다.



"키세. 내가 좋아?"


".....좋아."


"얼만큼?"


"그 하트들 다 봤을거 아님까.."


"다 봤지. 근데 너는 왜 내거 안봐?"



역시 하트가 못생겨서 보기 싫은가_ 하고 놀리듯 말하자 키세가 얼굴을 번쩍 든다. 눈물에 콧물에, 어휴 더러워. 누가 이걸 잘나가는 모델이라고 생각하냐. 웃으면서 뺨을 늘리자 으에흐에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아, 귀여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는 키세의 손에 꼭 잡힌 새빨간 하트를 검지로 두어번 툭툭 치자 그쪽으로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간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애한테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거 같기도 하고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 성격 나쁜 주제에 순진하게 자신이 하는 데로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카사마츠의 손짓에 키세가 조심스레 두 손으로 펼친 빨간 하트 안에는 키세 료타. 라고 크게 쓰여있었다. 새빨간 마음안에 가득 차 있는 제 이름을 보고 키세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신이 접었던 무수한 마음들이 다 보상받는 거 같아서, 그동안 받은 상처와 지쳤던 나날들이 모두 이 빨간 종이 안으로 녹아 내려서 사랑이 되었다.



"마음 접지 말고, 주지 그랬냐."



창피한지 목을 가다듬으며 말하는 카사마츠를 보며 키세는 다시한번 더 눈물을 글썽거렸다.



"선,,읏.. 선배 후응, 흥, 저랑, 킁, 저랑 사귀어 주세,흑!"


"...코 흥_"


"흐응!"



손수건을 갖다주자 패앵_ 하고 맹렬하게 풀어댄다. 대충 접고 반대편으로 뺨에 덕지덕지 묻은 눈물자욱들을 닦아주자, 선배 그거 코 풀었던 거잖아요! 하고 키세가 온몸으로 발악했다. 눈물이든 콧물이든 니 몸에서 나온거니까 겸허히 받아들여. 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한쪽손으로 턱을 잡고 닦아주자 징징 거리면서도 얌전히 있는다.

대충 눈물도 멎은거 같고 진정된 모습이 보이자 카사마츠는 손수건으로 키세의 얼굴을 닦아주는 것을 그만두고 두손으로 키세의 뺨을 꾸욱 잡았다. 툭 튀어나와 뻐끔대는 입이 귀여워 가볍게 입을 맞추고 코트 위에서 처럼 사람 나빠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키세 사귀자."


"윽! #$%&(*%@%("



볼을 꽉 잡은 탓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웅얼거리는 키세를 보며 카사마츠는 씨익 웃었다. 두 손 가득 열이 오르는 키세의 뺨이 느껴졌다. 







-


2014년 마무리 황립!! 

소녀 감성 키세랑 남자다운 선배를 쓰고 싶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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