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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2.23 [황립] 꽃 줄게 데이트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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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 꽃 줄게 데이트해요 우리.
홍보부는 다 얼굴로 뽑았다는 소문이 사실이라고 말하듯 반짝반짝 빛나는 모델출신의 키세와 꼼꼼하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해외 마케팅부, 그중에서도 제 할 일 하나는 참 잘하는 카사마츠는 어떻게 보면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유일한 교집합인 홍보부 팀장이자, 카사마츠의 고등학교 동창인 모리야마가 있었는데, 그는 저와 죽이 잘 맞는 후배와 자신의 친한 친구인 카사마츠도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 싶어 둘을 소개시켜 주었다. 허나 모리야마와의 바람과는 달리 개와 고양이 마냥 카사마츠와 키세는 으르렁 대며 싸우는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부터 둘은 참 안맞았다. 아니 애초부터 성격이 맞지 않았다. 천성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마냥 밝고 애교많은 키세와는 반대로 카사마츠는 더도 말고 덜도말고 딱딱한 남자다운 편이였다. 또 키세가 능글맞고 약간은 능구렁이 담넘어 가듯 제 편의에 맞추어 일을 진행한다면 카사마츠는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을 거쳐 꼼꼼하게 처리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카사마츠를 보고 키세는 융통성이 없다고 혀를 찼고 카사마츠 또한 키세를 보면 책임감 없는 놈이라고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라도 둘이 마주치면 얼굴을 찡그리기가 일상이었고 서로가 있는 곳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도 않았다.
카사마츠가 여자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키세는 일부러 카사마츠가 있는 곳으로 여사원들을 이끌고 우르르 몰려가 딱딱하게 얼어버린 카사마츠를 보며 비웃기 일수였고 그런 키세에게 복수랍시고 카사마츠는 키세네 팀장이자 자기 친구인 모리야마를 앞세워 키세에게 왕창 야근을 몰아주었다. 출근이나 퇴근시간에 마주치게 되면 얼굴을 찌푸리고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1~2년을 으르렁대며 싸워대니 회사 곳곳에 둘이 앙숙이라 소문이 났지만 정작 둘이서 미운정이 새록새록 피어나 남들이 상대방 험담을 하면 왜 니가 걔를 욕하냐고 두둔하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작은것에 꼬투리 잡느라 오히려 상대방이 싫어하는거 좋아하는것을 속속히 알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게 회사내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게 되었다.
그렇게 미운정 쳐 들어서 부서 회식때 둘이서 3차가고 술 쳐먹고 낄낄대다가 키스한것을 계기로 사귀게 된 일화는 각자 부서에서 참으로도 유명했다.
맨날 밉다고 짜증난다고 외치다가 막상 사귀고 보니 참 서로 상대방이 이뻐보여서 탈이었다. 카사마츠의 융통성 없다고 생각했던 성격은 꼼꼼하고 차분하다고 생각이 바뀌었고 키세의 책임감 없어 보이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느긋하고 여유롭게 보였다. 하루하루 상대방의 단점이 장점으로 변해가니 처음에는 호감뿐이던 조그맣던 사랑도 둥실둥실 크기를 키워갔고 둘의 콩깍지는 나날이 두터워져갔다. 어느샌가 키세는 카사마츠가 자신보다 입사가 빠르다는 것을 깨닫고 거리를 두고 카사마츠상 하고 부르던 것을 선배 하며 애교 가득 섞인 목소리로 부리기 시작했고 딱딱하고 예의를 중시 여기는 카사마츠도 키세앞에서 만큼은 부드럽고 느긋하게 바뀌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부터 알콩달콩 전화로 문자로 사랑놀음을 하고 온 키세는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서류를 작성하다가 문득 카사마츠와 투닥투닥 다투기만 했지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의 추억은 언제나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 기억 뿐이라 이제 와서 새삼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도 멎쩍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고 했던 누나의 말이 떠올라 점심시간에 급히 근처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다발을 사 들고 당당하게 카사마츠의 부서로 갔다.
살금살금 걸어가며 카사마츠의 자리를 찾고 있는데, 저 멀리서 열심히 키보드를 다닥다닥 두들겨 가며 보고서를 쓰고 있는 카사마츠가 보였다. 드디어 발견했다는 생각에 선배! 하고 크게 부르려다가 그러면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방해가 될 거 같아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래봤자 이미 앙숙인 둘이 사귄다는게 회사에 소문이 쫘악 나서 키세가 이 부서에 나타난 순간 모두가 호기심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입에 종이컵을 물고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카사마츠의 옆으로 다가가,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고 저기요_ 하고 어깨를 툭툭치자 쳐다보지도 않고 응_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평소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인데도 바로 반말을 쓰는 카사마츠의 모습에 이 사람 누가 와도 반말을 하는걸까. 사장이 와도 반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나서 웃음이 나왔다. 사장님이 와도 모르고 응응 반말을 하다가 혼나는 카사마츠의 모습을 생각하며 비짓비짓 올라오는 웃음을 막고 있다가 자신이 누군지는 알고 대답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저 누구게요? 하고 물어보자 키세잖아. 하는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온다. 선배 암만 바빠도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입꼬리가 샐쭉 올라간다.
"선-배, 바쁜건 아는데 잠깐 저 좀 봐주실래요?"
"잠시만. 보고서 쓰는 중이잖아."
"저도 잠깐이면 되는데 말임다..."
"이거 다 쓰고."
혹시나 하는 맘에 여기 보세요_ 하고 살살 애교를 부리며 카사마츠를 부르니 역시나 쌀쌀맞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래서 당신이 싫었던 거라고 내가. 나한테만 퉁명스럽지 나한테만. 그래도 지금은 콩깍지가 한가득 씌이는 연애초기인지라 카사마츠의 쌀쌀한 모습이 도도한 매력으로 느껴져 괜스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키세는 가만히 카사마츠가 보고서를 쓰는것을 기다리다가 이러다가는 꼼꼼한 카사마츠의 성격 탓에 보고서가 다 끝날때까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마냥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생각에 키세는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툭 내뱉었다.
"선배,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
마치 점심 뭐드실래요? 하는 수준의 무덤덤이라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심장이 툭 떨어지는 듯 했다. 무슨 데이트 신청이 저렇게 덤덤하고 재미없을까. 그것은 카사마츠도 마찬가지인듯 아무생각 없이 응. 하고 대답하다가 한 번 더 키세의 말을 되씹어 보고는 깜짝 놀라 키세를 쳐다보았다.
"데이트?"
"네. 이번 주말 시간 돼요?"
가뜩이나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황당한듯 당황한듯 쳐다보는 카사마츠를 보며 키세는 씨익 웃으며 한껏 모델포스를 풍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트 해요 우리.
점심 끝나고 남의 부서에 쳐들어와서는 데이트 신청이라니. 당황스러운 맘에 키세를 쳐다보는데 왠지 모르게 커다란 개 한마리가 떠올라서 마음 한 구석이 간질간질해 왔다. 예전에는 서로 행동하나 말투하나에 꼬투리잡고 시비걸기 바빴던 거 같은데 지금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말 잘듣는 대형견 같아 귀여웠다. 놀리고 싶은 마음에 애써 흥미가 없는 척 표정을 찌푸리자 그도 같이 표정을 찌푸려 온다.
"아.... 이번 주말이라..생각해보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참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맘속으로 칭찬하고 있는데 키세가 아까 찌푸린 표정 그래도 지금 결정해 주시면 안돼요? 하고 물어온다. 그 찌푸린 얼굴 사이에서 데이트 허락에 대한 간절함과 초조함이 눈에 보여 별로..데이트 하고싶은 기분도 아니고..하고 카사마츠는 또 다시 튕겨보았다. 전에 키세보고 너는 너무 가볍고 장난기가 많다고 핀잔을 주었던 것 같은데 그 핀잔이 무색하게 자신이 장난을 치는 모양새라 카사마츠는 양심 한켠에 콕콕 찔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녀석을 놀리는게 재밌으니까.
한편 부서 사람 다 눈치챈 카사마츠의 튕김에 키세는 저 혼자 깜빡 넘어가서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데이트 하고싶지 않은지 아니면 이번 주말에 선약이라도 있는건지 덤덤하게 곤란한듯 말하는 카사마츠를 끙끙대며 한참을 지켜보다 키세는 결심한듯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등뒤에 숨겼던 꽃다발을 카사마츠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그럼, 이 꽃 주면 저랑 데이트 해주실래요??"
아까 점심시간에 급하게 사온 장미꽃 한 다발을 카사마츠의 품안에 안겨주었다. 키세 자신도 알게 모르게 긴장을 했었는지 꽃다발을 쥐고 있던 손이 축축했다.
카사마츠는 자신의 품안으로 넘어온 꽃다발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빨간 장미꽃 여러 송이가 풍성한 여러 색깔의 종이에 감싸져 짙은 꽃향기가 싱그럽게 흘러 나오는 것이 감수성없는 사내 눈으로 봐도 참 이뻤다. 예전에 여자들이 꽃을 받으면 좋아하는것을 보고 실용성도 없는걸 받고 잘도 좋아라 하는구나 하고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막상 자신이 받아보니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가슴이 간질간질하면서도 꽃다발을 사온 키세가 이쁘게 보였다.
"오, 비싸겠다. 이런건 얼마야?"
"아, 그냥 이쁘다고 하면 안됨까? 선배 지인짜 감수성 없네요.....오만원이요."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며 얼마냐고 묻자 툴툴거리면서도 묻는것에는 다 대답해온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워서 고마워. 하고 대답하자 슬쩍 손을 잡아온다. 잠시 주위를 빠르게 살피는 거 같더니 키세가 쭈그려 앉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카사마츠를 올려다보며 제쪽으로 살랑살랑 손짓을 한다.
무슨 할말이 있나 하고 그쪽으로 고개를 숙이자 잽싸게 쪽 소리와 함께 뺨에 귀여운 입맞춤을 하고 떨어진다. 깜짝 놀라 쳐다보자 능구렁이처럼 씨익 웃으며 그래서 데이트는요? 할거에요 말거에요? 하고 재촉해온다. 카사마츠는 부끄러움 반, 그리고 아직도 키세를 놀리고 싶은 맘 절반에 글쎄 하고 한번 더 대답을 흐렸보았다.
"나는 선배한테 꽃도 주고 맘도 주고. 이제 몸만 주면 되는데 데이트 한번 해요 우리."
둘만 있을 때 해도 창피한 말을 부서사람 다 귀 기울여 듣는거 뻔히 알고도 던지는 온 몸이 빨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 빨개요 토마토 같네요 하고 실실 놀리는 얼굴이 얄미워 주욱 밀치자 그대로 벌렁 넘어진다. 다시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나서 데이트 데이트 노래를 부르는 키세가 얄미워 입을 한대 탁 치고 대답했다.
"해, 하자고. 데이트."
그깟 데이트 한번 못해주랴. 그 데이트 한번에 겨우겨우 키스까지 나간 진도가 정말 계획없이 왕창 나갈것 같지만 뭐 어떤가 저번에 보니까 역시 모델 출신은 모델 출신인듯 몸도 좋던데 하고 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카사마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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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황립 보고싶다ㅠㅠㅠㅠ 선배선배 하고 따르는 키세랑 잘나가는 카사마츠ㅠㅠㅠㅠㅠ 정장입고 데이트 해라 데이트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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