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전력 ts.

쿠로바스/소설 2015. 2. 7. 23:47

소녀감성 충만한 키세가 보고싶다....키세야...키세야...... 카사마츠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얼굴 빨개져서 꺅꺅 거리는 키세가 보고싶다...끙끙

선배랑 키세랑 서로 삽질하는 것도 귀엽겠다. 별거 아닌데 둘이 오해해서 쟤가 나 싫어하면 어쩌지!? 하고 속앓이 끙끙 하는 것도 보고싶다 으어어어어ㅓㅓ



하는 욕망으로 쓴 글 ㅇㅅㅇ








-






"선배_"

"너 지각."

 

카사마츠는 약속시간을 넘겨 부질없이 흘러가는 시계를 바라보다 뺀질뺀질한 노란 머리통이 보이자마자 가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죄송해요, 모델일이, 작가님이, 매니저 형이 하고 찡얼대며 엉겨오는 몸을 짜증을 가득 담아 밀어냈다. 뭐래.

 


"선배 죄송해요 진짜."

"뭐가."

"작가님이 자꾸 이거 하나만, 하나만 더 찍짜고 그래서 찍었는데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그게 또 넷이 되고..."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놔. 집에 갈거야"

"안됨다! 모처럼 데이트인데 이렇게 보낼수는 없어요."

 


얼씨구. 그녀가 시계를 보자 약속시간은 이미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옆에서 눈썹을 축 내려뜨린채 아이처럼 칭얼대는 모습을 보자 그 한시간동안 멍하니 역앞에서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왔다. 짜증나고 미운데 그럼에도 힘껏 밀어낼 수 없는건 이 녀석이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하는 뜻을 담아 한숨을 푹 쉬고 터덜터덜 걸어가니 키세가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마냥 쪼르르 카사마츠의 뒤를 따라갔다. 모델일을 하다가 급하게 온건지 얼굴에 온통 반짝거리는게 묻어있었다.

 

"너 화장 안 지웠어?"

"네?"

"얼굴, 반짝거려, 짜증나."

"너무함다! 나는 선배 빨리 보려고 옷만 갈아입고 후다닥 뛰어왔는데 짜증난다는 말이나 하고.."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듯이 쳐다보는 카사마츠의 눈빛에 키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가렸다. 카메라에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라 하여도 짙은 화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덜한 편인데. 역시 화장하고 다니는 남자는 별로인가. 여장 변태 같은가 하는 생각이 키세의 맘속에서 소용돌이 쳤다. 괜히 입술을 문지르기도 하고 역 앞에서 받은 물티슈를 꺼내 눈가를 부비기도 했다.

 

한편 카사마츠는 양껏 짜증을 담아 키세를 쳐다봤다. 뭐야 저거. 가뜩이나 잘생긴 놈이 왜 화장까지 해서 온거야. 크지만 시원하게 옆으로 찢어진 눈가, 그리고 남자치고는 긴 아이라인을 잔뜩 부각하고 입술은 붉게. 그러면서도 다른 부분을 꽤나 남자답게 커버해놔서 잘난 얼굴이 더더욱 잘나 보였다. 지금도 여자들이 흘낏대며 키세를 쳐다보는 탓에 신경이 곤두세워졌다. 아무리 자신이 이쁘게 화장하고 치장하더라도 키세 옆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괜스레 치마를 만지작 거렸다. 오늘도 오랜만의 데이트라고 어색한 치마도 입고 높은 구두도 신었는데. 꾸미면 꾸밀수록 초라해 보이는 제 모습이 창피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난 왜 예쁘지 않을까.

 

둘이 한껏 우울함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먼저 고개를 든건 키세였다.

 


 

"저 선배..."

"뭐야."

"...배고파요."

"응?"

"배고파요, 저. 맛있는 곳 아는데 가요 선배, 내가 사줄게."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진짜 배가 고팠는지 키세는 축 쳐진 얼굴로 끙끙대며 쳐다보다가 카사마츠의 팔을 붙잡고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 때문에 겨우 중심을 잡고 따라가니 유명한 파스타 집이 나왔다.

카사마츠는 능숙하게 자리를 잡고 자신의 몫까지 주문하는 키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문득 이새끼 왜이렇게 익숙해. 누구랑 여기 와본거야. 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는 사이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선배?"

"왜."

"뭐 맘에 안드는거 있슴까? 선배 크림파스타 좋아하지않아요?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검까??"

"어?"

"모리야마 선배가 선배 크림파스타 좋아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나. 여자 소개시켜주기로 했는데. 다 엎어버릴거야."

 

 

혼자 오해하며 북치고 장구치던 키세가 테이블에 볼을 붙이고 꿍얼거리자 카사마츠가 다른 한쪽 볼을 꾸욱 누르며 좋아해. 라고 대답했다. 그보다 너 모리야마 한테 뭘 묻고 다니는거냐. 선배에 대한 모든것이요. 모리야마 선배가 제일 잘 알잖아요. 나에 대한건 내가 제일 잘 알아 나한테 물어 바보야. 엣

 

꺄아_선배 바보! 부끄럽게!  얼굴을 두손에 포옥 숨긴채 발을 동동 구르는 키세를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저 대화에서 얘는 또 뭘 생각하고 좋아하는 걸까. 혼자 부끄러워하는 키세를 냅두고 카사마츠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꽤나 귀여우면서도 깔끔한 테이블 세트에 조용히 흘러나오는 팝송, 한쪽이 통유리라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기분이 좋아졌다. 때마침 나오는 노래가 아는것이라 조용히 흥얼거리며 테이블을 톡톡 치자 길죽하면서도 남자다운 손이 손가락을 얽혀왔다.

 

손가락의 주인을 쳐다보니 나랑도 놀아줘요_ 하는 표정이 꽤 귀여워서 놀리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을 빼고 다른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리자 또 다시 키세도 다른 손으로 그 손가락을 잡아왔다. 제 손보다 훨씬 큰 손이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 엄마 손을 잡은 아가의 모양새라 웃음이 나왔다.

 

"어? 선배 웃었다."

"웃으면 안돼?"

"아니, 웃어도 돼요. 많이 웃으면 좋겠어요. 선배 웃는 모습 이뻐."

"니가 더 이뻐."

"엣."

 

 

선배 무리, 나 진짜 무리. 이제 심장이 위험해요. 나 파스타 먹기 전에 죽을거 같아_  또 다시 얼굴을 손에 묻고 발을 동동 거리는 키세를 보자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다시 가게를 구경했다. 알아서 추스리겠지.

 


-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음식이 나왔다. 카사마츠는 크림 스파게티. 키세는 토마토 스파게티. 각자의 것을 돌돌 말아 입에 넣고 있는데 키세가 카사마츠의 것을 빤히 쳐다봤다.

 

"왜?"

"크림스파게티도 맛있어 보여서..."
"먹으면 되잖아."

"하지만 토마토 소스 묻을까봐요. 어떡하지. 먹고싶은데"

"별게 다 문제다."

 

 

자신의 것을 포크로 돌돌 말아 키세의 입쪽에 가져가자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예쁘게 웃으며 입을 벌려 쏙 받아먹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뿌듯함이 들어 자꾸 입안에 넣어주니 선배 먹어요 하면서 카사마츠를 밀어냈다.

 

"선배! 선배도 아_"

"...싫어.뭔가 갑자기 창피해."

"안됨다. 빨리 선배도 아_ 하세요. 나 애인 생기면 이렇게 먹여주는거 꿈이였단 말임다."

"나말고 전에도 많이 만나봤을거 아냐. 나한테는 할 필요 없어."

"또! 또! 그런말 하지마요. 지금 나에겐 선배 뿐인걸. 그보다 선배가 제 첫사랑이란 말이에요."

"거짓말."

 

진짠데..하고 키세의 풀이 죽은 목소리에 카사마츠가 조용히 입을벌려 받아먹으니 언제 풀이 죽었냐는듯 방싯방싯 웃어보인다. 방금 전 카사마츠와 같이 스파게티를 예쁘게 말아서 입에 넣어주고 묻으면 휴지로 닦아주는 등 마치 자기 새끼를 보듬는 어미새마냥 모든 손길이 다정하고 꼼꼼했다.

 

"선배 잘 먹네요."

 

이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그 손길이 기분좋아 계속 받아먹었을지도 모른다. 남자친구 앞에서 너무 많이 먹은걸까. 심지어 모델인데. 복스럽게 먹으면 좋긴 하지만 그건 어른들 앞에서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소식해야한다고 모리야마가 말했던거 같기도 하다. 멎쩍은 마음에 남은건 너 다 먹어 하고 툴툴대니, 선배 더 안먹어요? 이상하다.. 다이어트해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카사마츠는 새삼 자신이 키세앞에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제부터라도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키세는 카사마츠가 갑자기 침울해져서 안먹는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포크도 면을 잡는둥 마는둥 음식도 깨작깨작 먹어대니 혹시 체한건가 싶어 더 먹으면 탈이 날까봐 걱정이 되서 선배 그만 먹어요. 하니 어. 하고 카사마츠가 포크를 내려놓는다. 기분이 안좋은듯 창 밖만 바라보는 카사마츠의 모습에 애가 탔다. 역시 자신이 늦게와서 화가 난게 분명하다. 키세는 어떻게든 카사마츠의 화를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리다 만인의 벤츠라 불리는 카가미가 생각나 속으로 몰래 상담요청을 결심했다.

 


"선배,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모델답게 긴 다리를 자랑하며 성큼성큼 화장실로 걸어가는 키세를 보며 카사마츠가 한숨을 폭 쉬었다. 역시 조금만 먹을걸. 오죽하면 애가 그만 먹으라고 할까.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머리카락만 빙글빙글 돌리며 장난을 치며 한숨만 폭폭 쉬었다.

 

"저기.."

"네??!!"

"실례가 안된다면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몸을 툭툭 두드리는 손길에 깜짝놀라 급히 대답하며 돌아보니 생판 모르는 남자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방금 나 목소리 삑사리 나지 않았나? 민망한 마음에 허둥지둥 어찌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자, 남자가 그런 카사마츠가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저 남자친구 있어요."

"알아요. 아까 그 금발 맞죠?"

"네."

 

뭐야 알면 꺼져. 라는 조금 무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골기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나요_ 하는 상대편의 대답이 들린다. 저게 말이야 방구야. 어이가 없어 아무말도 못한채 쳐다보자 연락처 주세요 하고 재촉해온다. 다시한번 제대로 거절하려는 데 누군가 카사마츠의 뒤에서 껴안아왔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 키세다.

 

"죄송함다. 임자있는 몸이라서요."

 

심지어 그 임자가 존나 세단 말임다. 킹왕짱 세다구요. 카사마츠의 뒤에 있어 키세가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에서부터 자신이 화가 났음을 주장해온다. 제 것을 지키려는 짐승마냥 으르렁 거리는게 느껴져 어깨를 잡은 손을 토닥이자 누가 채갈까 두렵다는 듯이 손을 꼭 잡아온다. 근데 말할거면 좀 멋있게 하지 킹왕짱 센건 또 뭐래. 유치하게.

 

한껏 으르렁 대는 키세 덕분에 남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나자 그제서야 키세도 자리에 앉는다. 화장실에서 몰래 카가미한테 전화로 SOS를 날리고 나름대로의 조언을 구했다. 이제부터라도 데이트 멋지게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심호흡하고 당당하게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왠 날파리 하나가 제 꽃옆에서 뱅글뱅글 돌고있었다. 만약 카사마츠가 자신을 다독이지 않았더라면 험한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선배. 다 먹었으면 나가죠."

"어.."

 

무표정으로 카드를 긁고 먼저 걸어가는 키세의 모습에 카사마츠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쩔쩔맺다.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신 앞에서는 꾹꾹 눌러담는 편이라서 화가 난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근데 지금 온몸으로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말하고 있어서 조용히 눈치만 보며 높은 굽때문에 간간히 휘청거리며 따라갔다.

 

 

키세는 카사마츠가 평범했으면 못났으면 싶었다. 자기 눈에는 그 누구보다 세상 무엇보다 이쁘니까. 그러니 남들 눈에 카사마츠가 못나보이면 카사마츠에게 신경을 쓰는건 오로지 자신일테니까. 근데 문제는 자신 뿐만 아니라 남들도 다 카사마츠를 이쁘게 본다는 것이었다. 기적들도 카이조도 카가밋치도 자신과 카사마츠가 사귄다고 하자 카사마츠를 아까워했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키세가 아까울지도 모르나 조금만 그들에 대해 아는 사람은 키세에게 복이 많은 남자라고 했다. 사실 키세가 옆에 있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카사마츠는 참 이뻤다. 얄미울만큼.

 

미워도 내님이라고, 한숨 한번 쉬고 카사마츠를 두고 혼자 빠르게 걸은게 미안해서 뒤 돌아보니 카사마츠가 보이지 않았다.

 

"선배?"

"선배_"

"선배!!!!"

 

놀란 마음에 혹시 어디 질 안좋은 녀석들 한테도 붙잡힌건가 싶어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카사마츠라면 분명 불량배 한두명한테 당할 사람은 아니고. 근데 선배 오늘 치마입었던데. 선배 날라차기 하면 팬티보임다...으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엄한 쪽으로 뻗어가는 생각에 몇번 고개질을 하고 애타게 카사마츠를 찾았다.

 

"선배!!! 대답 좀 해주세요!!"

"키세에_"

 

공원쪽에서 들리는 카사마츠의 목소리에 급히 멈춰 쳐다보니 태평하게 벤치에 앉아 한손에 전화기를 든채로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 왜 전화 안받아."

"에?"

 

 

전화 말이야 전화. 카사마츠의 벙긋대는 입모양에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보니 카사마츠로부터 부재중이 3개나 찍혀있었다. 아 전화부터 해볼걸.. 카사마츠가 안보인다는 생각에 무작정 뛴 자신이 한심했다. 아마 카사마츠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어디까지 뛰어가서 찾았다녔을지 짐작도 안됐다. 어쩌면 경찰에 신고했을지도.

 

기가 죽어 조용히 카사마츠 옆 벤치에 앉는데 카사마츠가 계속 다리를 주무르는 모습이 보였다. 힐을 벗고 콩콩 주먹으로 다리를 두드리기도 하고 열심히 종아리 부근과 발목을 문지르기도 했다.

 

"선배 다리 아픔까?"

"응. 힐은 안 익숙하지 너는 빠르지. 그래도 어떻게든 따라가보려고 했는데 너 진짜 빠르더라. 잠깐 멈춘사이에 사라져서 그냥 벤치에 앉아서 전화했지."

"아...죄송해요."

"근데 전화도 안받지. 저기서 금발 보이길래 키세 키세 불렀는데 나중에야 뒤돌아보지."

"으아 선배...진짜 미안함다."

 

조용히 나긋나긋 말하는데 무섭다. 미안한 마음에 카사마츠의 손을 치우고 그녀의 발치에 앉아 대신 안마해주었다. 처음에는 놀라 어깨를 밀어내더니 나중에는 시원한지 가만히 앉아 거기 말고 그 위에 응. 하면서 아픈 부분을 말했다. 커다란 손이 적당하게 뭉친 부분만 꾹꾹 눌러주는데 그 때마다 피로가 싸악 가시는 기분이라 나른해졌다.

 

"선배 근데 왠 하이힐?"

 

스타킹 위로 카사마츠의 다리를 열심히 주무르던 키세가 의아하다는 듯이 카사마츠를 쳐다봤다. 평소에는 신지도 않더니. 그러고 보니 오늘 옷차림이 꽤나 여성스러웠다.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무릎 위보다 조금 더 짧은 플랫치마. 옅지만 생기도는 화장에 고데기로 웨이브라도 넣은듯 살짝 구불친 머리가 여성스러운 매력을 자아냈다. 그리고 힐. 이놈의 힐.

아찔하게 높은 까만 하이힐.

 

카사마츠의 다리를 주무르던 손을 때고 하이힐을 신기자 운동으로 탄탄히 다져진 늘씬한 다리가 더더욱 부각되었다. 이러니까 날파리가 안꼬이고 배겨. 벤치에 앉아 기분이 좋은듯 아까 파스타 집에서 흘러나오던 팝송을 흥얼거리는 카사마츠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쳐다보자 입모양으로 왜?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예쁘다 선배.

 

"힐은 왜 신었슴까. 이 치마는 또 뭐구요."

"응?"

"그냥 평소처럼 입지."

"...별로야?"

"완전 별로임다."

 

찬찬히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여성스럽고 예뻐서 별로였다.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덕분에 몸매도 좋고 피부도 깨끗한 편이였다. 그래서 딱히 꾸미지 않아도 카사마츠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반짝반짝 참 이쁜 사람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꾸며보니 왠 걸. 정말 예뻐서 너무 예뻐서 왜 오늘 하루 지금까지 자신이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별로야?"

"진짜 별로에요 선배. 너무 이쁘잖아요."

"그럼..응?"

"아아아아_ 선배 이쁨다. 진짜. 그래서 남자들이 자꾸 선배 흘깃대고 가잖아요."

 

미워. 선배 나빠. 나한테만 예쁘면 되는데. 어느새 옆에 앉아 카사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채 찡얼찡얼대는 키세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남자는 다 커도 애라더니 키세가 딱 그 꼴이었다. 저리가_ 나 너 미워 나 별로라면서. 싫어요 선배옆에 착 달라붙어 있을검다. 옆에 바짝 붙어서 어리광을 부리는 키세가 귀여우면서도 미웠다. 자기가 인기 많은건 생각도 안하지.

 

"너 인기 많잖아."

"당연하죠."

"너도 여자한테 눈길 많이 받고 그러는데 왜 나만 미운 애야?"

"저는 일상이잖아요."

"뭐?"

"어렸을 때부터 모델일을 했는데 그때부터 여자한테 둘러쌓여있었다고요?"

"허."

"매일매일을 여자들 중심에 있었는데, 눈에 찰리가 있겠어요."

"얼씨구"

"여자한테 눈길받는게 익숙하다 못해 이젠 배경으로 생각됨다. 아주 그냥 풍경화임다. 풍경화."

"풍경화아?"
"근데 선배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전 질투해도 됨다."

 

 

 

콧방귀를 풍풍 뀌며 말하는 키세의 모습에 카사마츠 속에서 열불이 뻗쳤다. 와 재수없어 때릴까? 때리자.

망설임없이 팔을 들어 머리통을 내리치고 어깨에서 떨어뜨렸다. 제법 세게 때린 탓에 얼얼한 머리를 두 손으로 문지르는 키세를 한번 쳐다보고는 카사마츠는 구두를 고쳐신고 집으로 향했다.

 

"선배 어디가요!"

"집."

"왜요! 왜! 데이트인데! 이제 밥 한번 먹었을 뿐인데!"

"뭘 더해. 뭘하면 좋을까. 응?"

"그야!........뭐할까요 우리?"

"집에 가자. 나는 우리집 너는 너네집."

 

금방이라도 카사마츠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버릴것만 같아서 키세는 얼른 카사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어디 도망가지 못하게 깍지끼고 카사마츠 손을 자기 주머니에 쏙 넣은채 베시시 웃는 모습이 어린 강아지가 재롱부리듯 애교가 가득 담겨있어서 화 낼마음도 봄날 눈녹듯이 스르륵 풀렸다. 가지마요 선배. 하고 말하듯이 꽉 잡아오는 손길에 카사마츠도 같이 맞잡아 오자 눈을 마주치며 웃어온다.

 

 

"좋다"

"뭐가 그리 좋아"
"선배랑 같이 있는게 너무 좋슴다"

"나도"

"에. 뭐야 선배 오늘 왜이렇게 솔직해요? 이상해."

"싫어?"

"완전 좋은데요?"

"응. 안그래도 모리야마가 솔직하게 말하면 너 좋아할거 라고 하더라."

 

모리야마 모리야마 입만 열면 자연스레 나오는 그 이름에 키세는 괜히 심술이 났다. 서로가 친구인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지만 그래도 카사마츠의 입에서는 적어도 자신과 있을 때 만큼은 키세료타만 나오기를. 키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는 듯이 카사마츠가 키세의 찌푸린 미간을 살살 문질러 폈다. 모델. 얼굴 관리 해라.

 

 

"선배 오늘은 집에가요. 바래다 줄게."

"너 뭐 하고싶은거 있는거 아니였어?"

"많아요. 근데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할래. 그니까 그거 다 할때까지 계속 내 옆에 있어줘요 선배."

 

오냐. 카사마츠가 인심쓰듯 턱하니 허락의 말을 내뱉자 키세가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세게 한번 잡았다 놓는다. 잡은 손을 놓지않고 같이 역까지 걸어가고 함께 지하철을 탔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짧아지는 해에 벌써 노을이 하늘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더불어 카사마츠의 볼도 키세의 볼도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상대의 붉은 얼굴을 보며 킥킥대고 시덥잖은 농담을 하다보니 어느 새 내릴 역에 도착했다. 자신이 먼저 집에가자고 했지만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키세는 발걸음을 한걸을 두걸음 천천히 늦췄다.

 

 

"아, 우리집 보인다."

"벌써요?"

"응. 저기."

"헤어지기 싫슴다..."

 

키세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고 카사마츠가 발걸음을 멈췄다. 흘낏 키세의 얼굴을 쳐다보자 입은 퉁퉁 나와있고 눈과 눈썹이 추욱 쳐저있는것이 나랑 있어요. 하고 키세의 마음을 온 몸으로 내보이는 거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카사마츠는 두 손으로 키세의 얼굴을 잡고 높은 굽으로 인해 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나도. 하고 한숨과 함께 제 마음을 내보이며 쪽. 하고 귀여운 마찰음을 남겼다.

 

"헤어지기 싫다."

 

베싯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카사마츠의 모습에 아까부터 콩콩 뛰던 가슴이 급격하게 쿵쿵 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까 방금 했던 입맞춤이 생각나면서 얼굴부터 귀끝 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선배, 아까, 우리, 어, 그니까. 어"

"뽀뽀?"

"꺄악! 선배! 그런말 함부로 하는거 아님다!"

 

급히 다가와 큰 손으로 카사마츠의 입을 막고 키세는 혼자 열이 오른 얼굴을 식혔다. 선배랑 나랑 뽀뽀했다. 선배가 나한테 처음으로 뽀뽀해줬다!  뽀뽀 쪽!! 내려가기는 커녕 점점 오르기 시작한 열과 함께 입고리도 스믈스믈 함께 올라갔다.

 

한편 카사마츠는 뽀뽀 한번에 새빨개져서 여자마냥 꺅꺅 거리는 키세의 모습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키스까지 쭉쭉 저혼자 신나게 진도나가던 키세가 고작 뽀뽀 한번에 저렇게 부끄러워하다니. 생각해보면 자신 행동 하나하나에 혼자 얼굴이 새빨개진다거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던것 같기도 하다.

 

카사마츠가 도록도록 눈을 굴리며 키세의 행동을 생각하던 동안 키세는 어느 정도 열을 식히고 카사마츠를 봤다. 여전히 제 손에 입이 막힌채 눈만 빼꼼 내밀어 키세를 보고있었다. 으아 선배 귀여워_

키세가 카사마츠의 숨에 의해 뜨끈해진 손을 들어 카사마츠의 눈을 가리자 잠깐 멈칫하더니 가만히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눈만 가려진 카사마츠를 보며 바람빠지는 듯한 웃음과 함께 제 숨을 담아 카사마츠에게 입맞춤 했다.

 

어느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왔던 노래마냥 헤어질 때 뽀뽀뽀. 새가 부리로 찧듯이 쪽쪽 하고 세번을 연달아 입술도장을 찍은 키세는 그제서야 만족한듯 눈을 가렸던 손을 치웠다.

 

"유키_"

"...선배는 어디 갖다 팔아먹은거야."

"유_ 키_"

"왜. 못된 놈아"

"좋아해요. 진짜로"

 

카사마츠의 대답은 필요없었다. 그저 자신이 꼬옥 껴안으면 같이 꼬옥 마주안아주는 체온에 이 사람도 날 좋아하는구나. 하는게 몽실몽실 전해져와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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