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이이와] 죽은 새
[오이이와]
죽은 새
by.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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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정적 속 오이카와가 날개를 펄럭이는 것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다. 온 세상이 어둠에 잡아먹혔다. 해도 달도 빛을 잃은 세계는 언제든지 파멸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마왕을 무찌를 용사단을 꾸렸고 그들은 마왕을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났다. 그 안에는 이와이즈미도 있었다. 마왕의 소꿉친구가 마왕을 죽이러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자들은 드물었기에 이와이즈미는 별 문제 없이 용사단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와이즈미의 목표는 하나였다. 오이카와를 죽게 만들지 않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이자, 용사단에 들어온 이유였다. 물론 어느 정도 오이카와의 자기 중심적인 생각도 고쳐먹게 만들 겸 용사단에게 제가 알고있는 오이카와의 약점이라던가 마왕을 잡을 수 있는 방법들을 아끼지 않고 알려주었다. 고작 인간들의 힘으로 죽을게 아닌 오이카와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겨 오이카와의 성에 도착한 순간 이와이즈미는 그것이 제 오만임을 깨달았다. 그간 오이카와가 봐주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제법 고생했네? 대견하다는 듯 하늘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오이카와가 손을 들었을 뿐인데 까맣게 물든 하늘이 더욱 더 까맣게 물들어간다. 절대적인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한가운데 오이카와 혼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대마왕 주제에 마치 태양같은 존재감이라니... 악취미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는 켄마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악의 축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고고하게 빛을 내며 사람들이 절로 우러러보게 만든다. 실로 악취미임이 틀림없었다. 그 순간 켄마의 머리통이 날라갔다. 악취미라니 너무하잖아. 바로 귓가 옆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목주변의 솜털이 바짝 섰다. 분명 저 위에 있었을텐데,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커다란 손바닥이 이와이즈미의 눈을 가렸다. 잠깐만, 이와쨩. 잠깐이면 되니까. 따뜻한 온기가 눈에서부터 이마 뺨까지 퍼져 나간다. 등 뒤에 든든한 존재가 부드러이 자신을 껴안고 달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떨리는 것이 멈추질 않는다. 본능적으로 동료의 죽음을 알 수 있었다. 카케야마, 히나타, 아오네. 차례대로 어딘가 뻥 뚫린 채 죽어버렸다. 오이카와가 눈을 가려 아무것도 보지도 알지도 못하게 막고 있었지만 전쟁아닌 전쟁터에 익숙해져 예민하게 기척을 알아차리는 귀는 희미하게 떨리는 숨결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것을 읽어냈다.
됐다.
나즈막히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져 가면서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온기도 동시에 멀어져 갔다. 뿌연 시야 사이로 오이카와가 다시 저 멀리 하늘 끝으로 날아가 있는 것이 보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고만 있는 모습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와이즈미가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갈 준비를 하자 오이카와는 가볍게 손을 퉁겼다. 이윽고 그의 곁에 자그마한 불똥이 생겼고 그것은 곧장 이와이즈미의 왼쪽 다리를 향해 날아갔다. 종아리 뒷부분의 갑옷을 가볍게 녹이고 불똥은 이내 생 살마저 지져버렸다. 타들어가는 고통에 그동안 상처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피로가 누적된 몸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며 무너졌다.
꼴사납게 얼굴을 땅바닥에 쳐박고 있던 이와이즈미는 몇 번이고 밀려오는 불길한 감각에 급히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위험했다. 제 목숨이 위험한게 아니였다. 그보다 더한 공포가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와 공포의 바다 안으로 이와이즈미를 잠식시킨다.
저 멀리서 커다란 날개를 두어번 펄럭이던 오이카와는 빙긋 웃더니 빠르게 이와이즈미를 향해 날아갔다. 유일하게 서있는 이와이즈미 주변으로는 이미 마지막 숨을 내쉰지 오래인 시체들이 뒹굴고 있다. 쓰레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제 보석을 향해 오이카와는 어여쁘게 웃어보였다. 금방 편하게 만들어줄게. 오이카와를 뒤로 한 채 움직이지 않는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며 이를 악물고 도망가는 이와이즈미를 오이카와는 손가락 하나로 멈추었다. 온 몸이 커다란 밧줄에 꽁꽁 묶인 듯 꼼짝도 못하는 이와이즈미를 가볍게 자신의 방향쪽으로 돌려 세웠다. 이렇게 지쳐 나가떨어진 용사쯤이야 손가락 한 두 개 정도로 조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오이카와 쪽으로 빙글 몸을 돌린 이와이즈미는 제 의지가 아닌 오이카와의 의지에 의해 대검을 그를 향해 치켜 들었다. 오이카와 자신이 이와이즈미의 열 여섯번째 생일날 선물로 준 것이다. 이것으로 너를 지키라고 내가 아닌 널 지키라고 줬었다. 이와이즈미는 그것의 제대로 된 의미도 모른 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그 검을 들고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제 몸집만한 커다란 검을 들고 휘청휘청 연습을 하는 것을 보는건 꽤 재미 있었다. 몇 번을 검과 함께 구르고 자빠지고 하던 이와이즈미는 어느 날 부터인가 그 검을 제 몸처럼 쉽게 다룰수 있게 되었다. 그 때 오이카와는 세상에서 가장 기쁜듯한 미소를 지었었다. 이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의미모를 말을 하는 그를 이와이즈미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제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니라고, 이게 아니라고 덜덜 떨며 소리치는 이와이즈미는 신경쓰지도 않은 채 오이카와는 마법으로 좀 더 견고하게 칼날을 자신이 서있는 쪽으로 세웠다. 온전히 이와이즈미가 모든 공로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함께 온 모든 용사 일행을 죽였다. 이와이즈미는 죽지는 않았지만 몸 여러군데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다리 한 쪽은 아마 영원히 절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면 됐다. 그 정도면 아무도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일부러 살려둔거라 생각하지 못하겠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휘저어 하늘 저 편까지 날아오른 오이카와는 빠르게 이와이즈미를 향해 날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대검을 향해 날개를 퍼덕였다. 절망적인 표정의 이와이즈미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 이와쨩. 바람을 박차고 날아오른 몸은 이미 스스로조차 제어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검을 향해 날아갔다. 칼 끝이 가슴에 닿았다고 느낀 순간 갈비뼈를 으스러뜨리며 칼날이 몸 깊숙히 박혀온다. 일부러 오이카와가 다치지 않게 혹시 스치더라도 상처를 입지 않게 무딘 칼을 쓰는 이와이즈미를 뻔히 알면서도 오이카와는 스스로 제 몸을 망가뜨렸다.
"으헉."
뜨거운 피가 왈칵 하고 오이카와의 입에서부터 이와이즈미의 얼굴위로 쏟아져 내린다. 날카롭지 않아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갈비뼈와 폐부를 뭉툭한 끝으로 으스러뜨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오이카와는 온 힘을 다해 칼에 제 몸을 쑤셔박았다. 이와이즈미의 이런 배려가 좋았다. 밉다 짜증난다 하더라도 절대 싫다고는 하지 않는 그 고집이 좋았다. 저를 무찌르러 오면서도 저를 지키러 온 이와이즈미가 좋았다. 괴물인 자신과 어울려준 이와이즈미가 참으로 좋았다. 이렇게 쉽게 목숨마저 내어줄 정도로.
검을 들고 성을 떠나는 순간부터 이와이즈미는 칼을 갈지 않았다. 무디고 무디어저 그냥 거대한 둔기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좋을 정도였다. 전부 오이카와가 다칠까봐 염려되어 한 일이었다. 이런 마음이 무색할정도로 검은 오이카와의 몸을 관통했다. 거대한 대검에 가슴부터 배 부근 까지 통째로 뚫여 대롱대롱 매달린 오이카와의 모습은 차라리 악몽이라고 믿고 싶었다. 허나 얼굴에 손끝에 닿는 뜨거운 피가 현실이라고 몇 번이고 이와이즈미를 일깨웠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색색 거리면서도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생명이 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예로 이와이즈미에게 강하게 걸었던 마법이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어놨는데 이와이즈미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아하니 제 생도 다해가는 모양이었다.
"마지막 선물이야 이와쨩. 죽은 새를 선물할게."
서서히 가라앉는 커다란 검은 날개가 보인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그리 화려하고 보잘것 없었던 것처럼 오이카와의 날개 또한 그러했다. 세상에서 제일 화려하였고 위풍당당하였으며 하찮았고 별 볼일 없었다. 공포에 희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아니라고, 이건 아니라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오이카와는 곱게 웃었다. 그가 아무리 부정해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마 이 스러져가는 몸뚱아리가 그에게는 영원한 부귀영화를 안겨줄테지.
"행복해줘 이와쨩."
유언처럼 그 한마디를 남기고 오이카와는 저무는 해와 함께 스러져버렸다. 오이카와의 죽음과 함께 그가 걸었던 마법이 풀렸고 그제서야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향해 겨누었던 칼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 칼에 걸린 오이카와가 같이 바닥으로 떨구어진다. 기가 막혀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아니 마음이 통째로 무너져 버려서 눈물이 나오질 않는다. 입만 벌린채 나오지 않는 눈물을 꺽꺽 흘려대며 스러진 오이카와를 끌어안았다. 제 몸뚱아리만한 검을 뱃가죽에 박아놓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참으로 곱게도 웃고 있다. 온 페부가 다 으스러져 차마 두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인데도 표정 하나만큼은 참 행복하게도 웃고 있었다.
어둠에 잠식되어 있던 세상이 점점 밝아져 오고, 그 동안 제대로 된 빛 하나 내지 못했던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며 마왕의 죽음을 알렸다. 새들이 지저귀고 세상이 아름답게 빛났다. 유일하게 마왕 홀로 빛났던 시절은 갔다. 용사단이 마왕을 물리친 것이다. 온 세계에 기쁨에 물들었다. 더이상의 고통도 아틈도 공포도 없었다. 온전한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단지 홀로 남은 용사 이와이즈미를 뺴고 말이다. 그는 마왕이 죽은 후 유일하게 절망속에 갇힌 사람이었다.
이와이즈미는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그 자리를 벗어나질 못했다. 세상이 밝아져 온지도 꽤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는 용사단을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아마 영원히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목숨을 잃은 그 한가운데 마왕은 이와이즈미의 검에 꿰뚫려 죽어있었고 이와이즈미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그가 마왕을 죽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와이즈미를 영웅으로 추대했다. 이와이즈미가 살았던 마을은 제 2의 수도라 불릴 만큼 번성하였고 평범한 그의 가문은 순식간에 백작이라는 귀족의 작위를 받았다. 수도 광장에는 이와이즈미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온 누리의 음유시인들은 그의 업적을 노래했다. 이 시대를 구한 진정한 영웅이라고, 그 대마왕을 물리친 우리의 구세주라고. 그렇게 이와이즈미는 타의에 의해 세계를 구한 영웅이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이와이즈미는 결국 왕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다른 귀족들의 추천에 의한 것이었다. 마왕의 소식에 백성들을 버리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간 왕은 분노한 국민들의 손에 이미 처형당한지 오래였다. 그들은 진정한 왕을 원했고 그것이 이와이즈미였다. 평민 기사 주제에 대단한 신분상승이었지만 아무도 그가 왕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자는 없었다. 오히려 영웅왕의 탄생이라며 모두가 축배를 들었다.
모든 것이 오이카와의 뜻대로였다.
이와이즈미의 뜻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네가 그렇게 바라던 것이었냐고, 그 검을 준 이유가 바로 이거였냐고 밤중에 몇 번이고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허나 죽은자는 말이 없었고 그것은 오로지 산 자만을 위한 고통이었다. 몇 달간을 그리 살던 이와이즈미는 결국 오이카와의 뜻대로 살아주었다. 희대의 영웅이 되고 금의환향하였으며 집안까지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왕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다 그의 뜻대로였다.
왕위에 오르기 전날 밤, 이와이즈미는 커다란 성을 홀로 거닐었다. 생각보다 성은 더 화려하고 호화스러웠으며 싸늘했다. 차라리 마왕성이 더 포근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어쩌면 자신은 그곳에 추억이 많기에 그리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왕만이 쓸 수 있는 방에 들어가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어차피 이미 영웅왕이라 불리는 잠재적 왕이었으니 그 방에 들어가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어깨를 덮은 호화스러운 붉은 망토를 어깨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금빛 은빛 자수로 일일이 수를 놓은 외투를 벗었다. 외투를 벗자 오이카와를 죽였을 때 입었던 녹슨 갑옷이 드러났다. 마왕을 죽였을 당시 입었던 갑옷이라며 이걸 입고다녀야 영웅왕의 면모가 산다고 모두들 이와이즈미에게 그 갑옷을 벗지 말기를 강요했다. 이와이즈미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마왕을 죽인 영웅왕의 상징이었겠지만 이와이즈미에게는 오이카와를 위한 상복이었다.
묵직한 갑옷을 벗자 조금은 신체에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갑옷 안에 입은 화려한 무늬의 간소복도 벗어 던지고 이와이즈미는 간편한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왕성에서 입고 다녔던 옷이었다. 아직까지도 딱맞는게 신기하다며 이와이즈미는 멋쩍게 웃었다. 생각해보면 오이카와의 곁을 떠난 그 순간부터 자신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추장스러운 신도 마저 벗어 던져버리고 맨 발로 바닥을 디뎠다. 차가운 공기가 발바닥에서부터 발목을 타고 휘감아 오르며 온 몸에 한기를 전했다. 차가운 그 감촉을 느끼며 몇 번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이와이즈미는 이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갈 곳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다닐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을씨년스러운 텅 빈 복도에 들어가서야 이와이즈미는 입을 열었다.
"네가 우릴 망친거야."
혼자 되내본 소리는 성 안에 이리저리 부딫혀 메아리를 만들어 냈다. 망쳤어, 네가, 우리를. 망친거야, 네가. 이미 죽은 망령에게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는 허탈한 생각이 들면서도 이와이즈미는 입을 멈추질 않았다. 그동안 마음 속 깊이 삭혀두었던 말들이 차게 식은 혀끝을 타고 툭툭 비처럼 차갑게 떨어져 내린다.
"오이카와. 네가 날 망쳤어."
"잘 살 수도 있는 날 네가 망친거야."
"네가. 네가, 우릴 망친거야."
원망 위로 묵직한 돌맹이처럼 떨어지는 말을 따라 눈물도 투둑투둑 떨어진다. 그 때부터 지금껏 흘리지 못한 눈물이 이제서야 터져나온다. 온 얼굴을 흠뻑 적셨는데도 도통 울음은 멎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목이 꽉 메여오고 코끝이 저리고 머리가 아프다. 귓가에서 행복해져 이와쨩. 이 한마디가 계속 맴돌아서 더 서럽다. 맨 발로 정처없이 텅 빈 성 안을 돌아다니며 이와이즈미는 소리 없이 울었다. 아무도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서러움이 여기 있었다.
커다란 성을 몇 번이고 돌아다닌 이와이즈미는 해가 뜰 때 즈음에 발을 멈추었다. 먼지가 묻어 새까매진 발이 향한 곳은 왕좌였다. 흰 햇살이 창밖으로 조금씩 새어들어오며 오늘 그가 앉게 될 자리를 환하게 비추었다. 황금으로 만든 의자 위에 온갖 빛나는 보석을 박아 넣고 커다랗고 푹신한 쿠션을 깔았지만 천박하게 화려하기 보다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났다. 과연 만인이 우러러 보는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였다. 홀 안을 천천히 걸어간 이와이즈미는 이윽고 계단을 올라 왕좌의 앞에 섰다. 왕좌의 왼쪽으로는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왕족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게 걸려있었다. 그 밑으로는 공작이며 백작, 남작 등 귀족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들이 작게 걸려있다.
그 화려하고도 위엄이 넘치는 왕좌 바로 뒤로는 오이카와의 날개가 박제되어 있었다. 이와이즈미를 데리러 간 그 날 사람들은 오이카와의 몸뚱아리에서 날개를 잡아 뜯었다. 이것이 바로 마왕이 죽었다는 증거라며, 그 피투성이의 몸에서 빳빳하게 굳은 날개를 억지로 뜯어냈다. 투툭 하는 소리와 함께 등짝에서부터 날개가 썩은 피로 붉게 물들어가며 튿어지는 것을 제 눈으로 보았다. 그 튀었던 피들은 어떻게 한 건지 왕좌의 뒤에 걸려있는 날개는 검은빛으로 탐스럽게 윤기가 흐르고 있다. 마치 오이카와가 살아있을 때 처럼 검은 빛으로 빛났다.
멍한 눈으로 그것들을 본 이와이즈미는 덤덤하게 날개 바로 아래 놓인 제 칼을 집어들었다. 마왕을 죽인 상징이 뭐 그리 필요한지 날개 밑에는 녹슬고 무딘 제 검으로 장식을 해놓았다. 피와 흙먼지 등이 묻어있지 않은 것만 빼면 예전 그 무딘 칼날 그대로였다. 몇 번 휘둘러본 이와이즈미는 편한 얼굴로 칼을 들고 왕좌에 앉았다. 몇 달 잡지 않았는데도 손에 딱 맞는 것이 기묘한 안정감을 불러 일으킨다.
"죽은 나를 선물할게. 너에게 날 선물할게 오이카와."
죽은 몸뚱아리를 선물로 받았으니 답례도 죽은 몸뚱아리를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것은 그의 마음에 대한 답례이자 복수였다. 목숨이 마지막 선물이라니 너나 나나 끔찍하다. 오이카와가 그토록 주길 원했던 삶 위에서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오이카와에게 선물로 받은 대검을 몸 안으로 박아넣었다. 붉은 피가 황금을 타고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똑같이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이와이즈미는 조금 더 세게 몸 안으로 검을 밀어넣었다. 지옥에서라도 오이카와가 절망하길 바란다. 그때의 자신과 같은 고통을 느끼길 바란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는 그 순간 칼이 완전히 몸을 꿰뚫었고 이와이즈미는 눈 앞이 흐려지는 것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그가 보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지금의 자신과 똑같이 간편한 복장을 한 채로 어쩔수 없다는 듯 뺨을 눈물로 흠뻑 적신채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왕좌 바로 밑 계단에 앉아서 훌쩍훌쩍 우는 모습이 어릴때와 똑같다. 진짜 이와쨩은 말을 안들어. 입모양으로 뻐끔거리며 말하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마지막 힘을 다해 한쪽 입꼬리를 삐뚤게 올렸다. 꼴좋다. 망할카와. 그 순간 이와이즈미의 마지막 숨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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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님에게.
통님!!! 흐어어엉 보상이 이제서야 왔네요ㅜㅜㅜㅜㅜ큽ㅜㅜㅜㅜㅜㅜ 못난 저를 매우 치소서....엉엉
앵슷한 오이이와를 쓰고 싶었는데, 왜 제 앵슷 오이이와는 다 죽는것 뿐인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FHQ가 가장 앵슷 연성하기 좋아서 많이 쓰는데 통님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네요ㅜㅜ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마왕카와는 어떻게 보면 이와이즈미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할 수 있는 캐릭터 인것 같아요. 세상의 반을 준다는 의미부터가 벌써...(침착하게 호모각막을 이식한다)
이와이즈미는 아무것도 모르다가 오이카와한테 통수 맞는....쥬르륵...
이 연성의 가장 큰 틀이 된 노래에요! 이 노래의 본위기랑 가사를 따서 만든게 저 위의 오이이와ㅋㅋㅋㅋㅋ,,,,ㅠㅠㅠㅠ 이 노래와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들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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