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ts이와ts] 너와 나

하이큐/소설 2016. 4. 5. 00:35







 너무 쓴게 없어서 일일연성 했던 것을 가져와 오이ts이와ts로 수정했습니다.

 이게 바로 창조경제...!!! 


 마지막 문장은 샐러드 기념일에 나온 문장입니다. 이 말이 좋아서 일일연성할 때 그 말을 기반으로 훌쩍 썼는데 왜 지금은 문장 하나 쓰는것도 힘든건지 모르겠음...정력이 딸리나봐....이와쨩 엉덩이 쭈물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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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때를 타 꾀지지한 초록빛 커튼이 바람을 따라 시원하게 펄럭거렸다. 왼쪽에서 두번째 창문 앞에서는 이와이즈미가 열심히 지우개를 털고 있었다. 적당히 해도 될텐데, 제 소꿉친구는 성실해도 너무 성실했다. 삐죽빼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숨죽이고 웃다가, 탁탁 터는 칠판 지우개 소리에 맞추어 오이카와가 박수를 쳤다. 뭐야. 이와쨩 힘내라고 오이카와씨가 박수쳐 주는거야, 힘내라 힘. 눈이 마주치길 기다혔는지 여름 날 솜사탕처럼 사르륵 녹는 눈웃음을 짓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는 툴툴 거렸지만 이내 곧 그 웃음이 전염된듯 같이 눈가를 접어가며 시원하게 웃어보였다. 별 것 아닌 장난인데도 그 둘은 금새 웃음이 터져 까르르 하고 그 맑은 소리가 교실 온 바닥을 울린다. 


 창문을 활짝 열어 하나 둘,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야구부의 구령 소리에 맞추어 분필가루가 가득 묻은 지우개를 터는데 갑자기 이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애써 밖으로 털었던 가루가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와 이와이즈미의 콧속으로 훅 하고 들어온다. 켈룩 켈룩, 하얀 분필 가루가 가득 섞인 기침을 내뱉자,  오이카와는 한숨을 폭 쉬고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창문을 조금만 열고 털어야지 바보야. 하고 핀잔을 준다. 그러고는 상관없다는 듯이 책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멀뚱멀뚱 쳐다본다. 이내 곧 기침이 멎고 자신에게 바보카와 멍청카와 하고 화풀이를 할 이와이즈미의 목소리를 기다리는데 돌아오는 게 없다. 대신 들려오는 계속 이어지는 기침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폭 내쉬고는 폴짝 뛰어 이와이즈미 쪽으로 걸어왔다. 총총 걷는 걸음에 맞추어 갈색 머리카락이 몽실몽실 날아오른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에는 물론 교복에도 하얀 분필가루가 묻어있었다. 우리 이와쨩 분가루 바른것처럼 하얘졌네~ 깐족거리는 목소리와는 달리 오이카와의 손은 조심스럽게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닦아내었다. 눈을 꼭 감고 온통 저에게 기댄 그 못난 얼굴이 귀여워서 키득거리자 비웃는 거냐고 바로 험악한 음성이 들려온다. 이와쨩, 여자애가 그렇게 입이 험하면 못써요. 하얀 하복 탓에 잘 보이지도 않는 분필 가루들을 용케도 찾아내 털어주고 치마에도 어느 새 하얗게 번진 가루들을 손으로 탁탁 털어내어준다. 



 "멍청아. 해줄거면 좀 똑바로 해라."



 손으로 만진 탓일까 치마 위로 점점 더 하얗게 번져가는 분필가루에 이와이즈미가 핀잔을 주자 오이카와는 아무말도 안한 채 그저 치마를 털어주는 손에 힘을 가할 뿐이다. 팡팡 털어주다가 장난기가 도졌는지 우리 이와쨩 오늘은 무슨 팬티 입었나 볼까, 딸기 무늬 입었나 땡땡이 무늬 입었나~ 하고 슬금슬금 치마 밑으로 장난을 치듯 간지럽히며 들어오는 손을 세게 내려치자 아퍼!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럼 아프라고 때리지 간지러우라고 때리겠냐 하고 오이카와를 이와이즈미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똑같이 소리를 지른다. 


 여자들끼리 이런 장난 좀 칠 수 있지. 이와쨩은 너무 예민해 예민해. 우리 사이에 팬티 정도 뭐 어때서. 괜히 서러워서 일부러 매운 손길에 아프다고 징징 거리는 오이카와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이와이즈미는 다시 칠판 지우개를 털러 간다. 불퉁하게 나온 입을 투덜거리며 오이카와는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열고 이것저것 뒤적인다. 이와쨩 진짜 손 맵다고 한참을 툴툴거리며 가방안을 뒤적거리던 오이카와는 이내 원하던 것을 찾고 이와이즈미를 부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와쨩!! 빨리 여기 와봐!"

 

 "왜? 나 이거 털어야 해."


 "빨리 와봐! 빨리 빨리! 급해, 진짜 급해."


 "아, 뭔데. 별거 아니면 때린다. 아까  두배로 때릴거야."



 빨리 주번일을 끝내고 싶은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빨리 오라며 재촉하는 오이카와를 향해 걸어가니 오이카와가 물티슈를 짜잔- 하고 보여준다. 그게 뭐냐는 듯 이와이즈미가 눈썹을 까딱이자, 정말 이와쨩은 바보네. 하며 오이카와는 물티슈를 한장 꺼내어 이와이즈미의 치마를 조심스럽게 잡아올렸다. 이걸로 닦으면 분필자국이 다 지워질거라며 살살 치마에 번진 분필 자욱들을 제 손으로 하나 하나 지워준다. 한쪽 어깨위로 흘러내린 부드러운 머리칼이, 슬쩍 드리운 속눈썹 그림자가 예쁘다.



"고맙지? 내가 이거 찾으려고 가방 다 엎었어."



 짐짓 생색을 내며 샐쭉 웃는 모습에 이와이즈미도 웃음을 띄웠다. 고마워. 뜻밖의 솔직함에 오이카와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을 못본 척 하며 이와이즈미는 마저 분필가루를 털고 뒷정리를 하러 부지런히 칠판앞으로 갔다. 꺾어진 분필들을 새걸로 다시 채워넣고 칠판 지우개를 마저 터는 둥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와이즈미와는 달리 오이카와는 그저 책상 위에 털썩 앉아 발장난을 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재잘재잘 움직이던 입도 조용하게 다물어 있다. 도와주고 싶어도 절대 도와주지 말라던 이와이즈미의 명령 아닌 명령에 가만 앉아 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무릎을 단단하게 조이는 붕대가 새삼 얄미워서 눈을 가늘게 뜨고 위협하듯 코를 찡긋거렸다. 그런다고 해서 아픈 무릎이 빨리 낫는 것도 아니지만. 무료하게 책상 위에서 발만 흔드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심심해?"


 "응."


 "심심하면 먼저 가도 되는데. 나 이거 다하고 뒤에 정리할거 또 있어."


 "싫어, 이와쨩이랑 같이 갈래."



 아무렇지 않게 툭하고 던진 말이 이와이즈미의 마음에 둥그런 파문을 남기며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슬쩍 볼안쪽을 깨무는 것으로 감추며 웃음기가 사라질 때까지 정리 다한 칠판 쪽을 서성거렸다. 내 마음은 호수요, 네 말은 작은 돌맹이니 그 돌 하나 던지니 내 마음 일렁일렁 난리가 났네-

 멋대로 시구를 바꾸며 볼 안쪽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데 오이카와가 책상에 드러 눕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 너 빤스 다보인다."


 "안에 체육복 바지 입었거든요~ 알지도 못하면서 말 그렇게 막 하는거 아니거든요~"



 깐족깐족 거리는 말투에 괜히 짜증이 난 이와이즈미가 손을 들어올리자 오이카와는 상관 없다는 듯 메롱 하고 혀를 내밀며 더 장난을 친다. 진짜 얄밉다. 한 대 때리고 싶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여름 바람 따라 나폴거리는 치마 사이로 익숙한 바지가 보인다. 자신이 입은 바지와 똑같다. 커플같네. 라고 느긋한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우리 학교 전부가 커플이 되는건가. 몇다리인거야 대체. 문어발보다 많겠다. 


 책들을 정리하고 대충 시간표를 정리하자 할 일이 끝났다. 이제 함께 집에 가기만 하면 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정리한 책들을 한번 더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이런 마음을 아는건지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불렀다

 오이카와가 앉은 책상 옆에 똑같이 앉아 발을 동동 굴러보았다. 치마에도 맨다리에도 분필자욱이 하얗게 붙어있다. 물티슈로 닦은 후 방금 칠판을 정리하면서 또 묻은 것 같았다. 초록색 커튼이 펄럭이고 바람은 시원하고 살짝 노을이 진 교실에는 여고생 둘. 기분이 이상하다. 책에 나올 것만 같은 장면에 자신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존재하는 것 같다. 평소와도 같은 서로의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낯설게 들린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거 같기도 하고 느리게 뛰는 거 같기도 한 이 시간, 너랑 같이 있어서 더 그런건지도 모른다.


 연습도 쉬는 날이라 이제 정말 집에 가기만 하면 되는데 둘 다 아무 말 없이 치마자락만 팔랑거리며 가만히 앉아있다. 



 "집에 가기 싫다."


 "응. 원래 엄청 시끄러운데 지금은 되게 조용하고. 이상해."


 "맞아 이상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교실에는 침묵이 사뿐 내려앉았다. 노을도 점점 더 짙어져 이제 온 교실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분명 정리 시작했을 때는 파랬던거 같은데. 느릿느릿 움직여서 인지 어느새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을 보자 맘이 싱숭생숭하다. 가기는 싫은데 가야만 하는 상황이라 더 그럴지도 모른다고 이와이즈미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분명 내일도 모레도 교실에 올텐데 왜 가기 싫은지 모르겠다. 



 "이와쨩."


 "왜?"


 "아냐."


 "장난하냐? 죽을래?"


 "이제 집에 갈까?"


 "...좀만 더 있다 가자."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는 책상에 다시 앉는다. 사실 나도 더 있고 싶었어. 통했네. 그러게. 시덥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며 둘은 멍하니 칠판쪽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지만 어색하기는 커녕 오히려 편안한 마음만 들었다. 슬쩍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조금 편하게 자세를 잡으며 어깨를 내려 오이카와에게 맞춰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채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치자 이와이즈미가 간지럽다며 탁하고 친다. 슬며시 도는 장난기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허벅지를 가볍게 탁 치자 이와이즈미도 똑같이 치고 투닥투닥 몇대인지도 모른채 서로 다리며 배며 두들기며 장난을 친다. 그만하자는 뜻으로 오이카와의 손을 잡아 내리자 가만히 끌려온다. 


 그 상태로 멍하니 오이카와의 손을 잡은채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다리위에 올려 놓고 저물어가는 노을을 본다.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예쁘다. 붉은 빛은 운동장에도 체육관 위에도 교실 책상에도 오이카와의 뺨에도 내려앉아있었다. 내 볼에도 노을빛이 들었으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가볍게 눈을 깜빡여보았다. 그러면 노을빛이 조금이라도 덜 물드는 것처럼. 

 왼손으로 슬그머니 내 오른손 약지를 감싸는 너.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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