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봄 사랑 벚꽃말고

하이큐/소설 2015. 3. 7. 22:50


 


 

 

 

브금 있어요!







생각보다 맑은 하늘에 눈쌀을 한번 찌푸렸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벚꽃잎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아 봄이구나. 빼도박도 못하게 찾아온 봄에 짐짓 마음이 들떴다. 봄이구나, 정말.



토오루, 안나가니? 그러다 지각하겠다.



멀리서 들리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급히 교복을 챙겨입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방앞의 거울을 마주보았다. 거울 속에는 잘난체 하는 말투도 나름 풍부하다고 여기는 지식도 깡그리 사라진 채 왠 병신같은 놈 하나가 서있었다.


눈앞에 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렁임이 느껴진다. 식도에서 이내 심장까지 동요하듯 울렁거리는 몸뚱아리에 헛구역질이라도 할 것 같았다. 허나 입을 벌리면 멍청하게 웃는 소리와 함께 어색한 목소리로 안녕? 하고 묻는 말 뿐이었다.



안녕, 안녕. 안녕? 몇년 째 이와이즈미에게 하는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매번 거울 앞에서 이 두글자를 앵무새처럼 중얼거리곤 했다. 

이와쨩, 안녕?




"...에이씨"




이게 왠 병신같은 짓거리인가 싶어 그냥 관두고 문밖을 나섰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이와이즈미가 보였다. 아, 이와쨩 오늘도 못생겼어. 못생기게 귀여워. 




"안녕, 오이카와."


"안녕, 이와쨩."




무사히 인사를 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






저기, 있잖아. 오이카와군은 짝사랑 해본적 있어? 

에이~설마. 오이카와는 짝사랑안해도 될걸? 그냥 사귀면 되잖아.

그러게? 우리학교 여학생들은 다 오이카와군 좋아하니까 짝사랑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쉬는 시간 삼삼오오 모여 오이카와의 옆에 앉은 여자애들은 자기네들끼리 시시덕거리며 그가 짝사랑을 해봤는지 아닌지 열심히 토론하는 중이었다. 몇분이 채 안되는 짧은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은 '오이카와 토오루는 짝사랑을 해본적이 없을것이다.' 였다.


애석하게도 그 결론과는 달리 오이카와는 짝사랑을 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둥실 하고 피어오르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입맛이 썼다.



지금 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유감입니다! 현재 오이카와 토오루군은 이와짱을 짝사랑 하고 있는 중! 모두 응원해줘!'



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학교도 뒤집어지고 우리집도 뒤집어지고 이와쨩도 뒤집어 지겠지. 

분노로 뒤집어 질게 뻔한 이와이즈미의 모습이 그의 눈에 선했다. 너 때문에 호모라고 소문나가지고 쪽팔려서 학교 못다닌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얼굴이고 몸이고 가리지 않고 흠씻 두들기겠지. 새파란 멍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오이카와는 조용히 마음속 충동을 목 뒤로 삼켰다.


 



수업종이 울리는 소리에 자연스레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교과서를 폈다. 토오루군은 좋겠네_ 짝사랑 할 필요도 없고! 라고 말하는 여자아이들의 말에 오이카와는 그냥 웃어보았다. 그니까 짝사랑 하는 중이래도.


단조롭게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절로 학생들의 고개가 숙여졌다. 오이카와는 아침연습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돌렸다. 창 밖으로 벚꽃이 피어있는게 보였다. 봄은 봄인가보네. 여기도 저기도 벚꽃이 가득한 것을 보니.


어차피 귀에도 안들어오는 수업, 그냥 창밖이나 보자 라는 생각으로 그는 책상에 편히 누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분홍색 벚꽃이 살랑거리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다. 고교 마지막 동아리 활동, 수험생의 압박감으로 인해 무거워진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땀내나는 텁텁한 남학생이라도 힐링은 필요하다. 




이와쨩이랑 벚꽃 구경 가고싶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얼굴에 심장이 울렁거렸다. 마음을 자각한건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였다. 아마 짝사랑의 계기가 된 건 천재들의 압박에 짓눌려 있던 그를 일깨워준 그때. 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우시지마가 아래로는 카게야마의 압박에 스스로를 좀먹어가고 있던 오이카와를 코피와 함께 묵은 고민을 시원하게 터뜨려준게 바로 이와이즈미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와이즈미에게 정신적으로 기대고 따라다니고 그랬었다. 어미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마냥 졸졸 뒤를 따라다니며 하염없이 이와쨩! 을 부르고 다녔다. 그때는 마냥 의지가 되는 친구라고 생각해서 눈이 마음이 좇는 거라고 생각했다. 옷에 고양이털이라도 한 웅큼 넣은것마냥 가슴깨가 간질간질한게 사랑인줄 모르고. 


뭐. 중학교 3학년이 알면 얼마나 더 알겠는가. 중2병 탈출한지 고작 1년째인데. 




창문만 바라보다가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창의적으로 시간낭비를 했다는 생각에 오이카와는 문득 허무해졌다. 수험생이 이래도 되나. 




-




"오이카와 매점갈래?"


"아니_ 귀찮아. 잘래."


"그래. 나랑 매점 갈 사람?"




적어도 삼세번은 물어봐야 되는거 아니냐. 두번 정도 더 물어보면 같이 갈 생각도 있었는데. 금새 히히덕 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반친구를 쳐다보다 귀찮아져서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춘곤증인가,자꾸 졸려. 


얼굴을 묻은 팔 부근에서 나는 세제 냄새 사이로 코를 자극하는 꽃향기에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었다. 졸린눈을 억지로 떠 주위를 둘러보자 제 앞자리에서 여자애들이 어디선가 꽃 한다발을 가져와 저들끼리 한송이씩 나눠갖고 있었다.



"미안, 오이카와. 향 때문에 깼어?"


"괜찮아. 근데 왠 꽃? 우리 학교에 이렇게 꽃이 많았나?"


"미츠키네 부모님이 꽃집을 해서 남는 거 받아온거야. 꽃점 칠려고."



봄이잖아?



생긋 웃으며 꽃 한송이를 정성스럽게 고르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봄은 아무래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설레게 하는 힘이 있나보다. 오이카와군도 꽃점 해볼래? 라는 물음에 오이카와가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 무슨 꽃점이야. 여자애들도 아니고.



졸음에 멍한 머리를 책상에 그대로 갖다두고 눈만 떠서 꽃점을 치는 모습을 관찰했다. 여자애들이 정성스럽게 꽃잎 하나하나를 떼어가며 좋아한다 아니다. 묻는 모습이 조금은 예뻐보였다. 그래도 남자는 저런거 하는 거 아니야. 고추 떨어질라.






-




무릎 통증으로 인해 오후 연습은 빠질수 밖에 없었다. 벤치에 앉아 배구공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퍽 처량해 보였는지 감독님이 오늘 하루는 체육관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라 어색했다. 원래대로 라면 어둑어둑 할 때 이와이즈미와 함께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건데 지금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없고 하늘은 파란색이다. 



"외롭다."



늘 걸어왔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시간대가 다르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 줄은 몰랐기에 오이카와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텅 빈 골목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던 와중에 갈라진 틈 사이로 꽃 하나가 피어있는게 눈에 보였다.


잡초치고는 꽤 예뻐서 ㄱ 앞에 쪼그려 앉아 본격적으로 쳐다보았다.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이 누군가를 생각나게 해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누가 쳐다볼까봐 오이카와는 급히 헛기침을 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조심스럽게 툭툭 꽃잎을 치며 보던 와중 반 여자애들이 꽃점을 치던 것이 생각났다. 나도 이걸로 이와쨩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꽃은 꺾인채 오이카와의 투박한 손 안에 들어와있었다. 주변엔ㄴ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오이카와군이 꽃점을 본대요! 얼레리 꼴레리 고추 떨어졌대요~ 하고 놀리는 것 같았다. 밀려오는 창피함에 오이카와는 빠르게 집으로 걸어가 방문을 걸어 잠궜다. 



신성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 마냥 모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경건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모든 잡생각을 버린채 꽃을 든 손을 들었다. 서브를 할 때만큼의 집중력이 모아지는게 느껴졌다. 오이카와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가만히 떴다.





"이와쨩은 날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한마디 할때마다 꽃잎이 무릎위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꽃잎이라 도통 결과를 짐작할 수 없었다. 좋아한다 아니다. 이 두마디만 입밖으로 꺼내며 꽃잎만 툭툭 뜯었다. 


그러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민망함과 쪽팔림에 창문을 열고 뜯다만 꽃을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도 손바닥에 모아 밖으로 훅하고 불어 떨어뜨렸다. 이게 뭐라고 궁상스럽게 방안에서 진지하게 마음을 담아 뜯고 있었는지.


에비_ 

손에서 꽃향기가 나는것 같아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탁탁 털었다. 여자애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야 이게. 방에서도 꽃향기가 나는 것 같아 창문을 더 활짝 열었다. 

시원하게 바람이 들어오는 방안에서 열이 오른 얼굴을 식혔다. 얼굴을 붉게 만든 민망함 속에는 혹시 결과가 안좋아한다고 나올까봐 하는 걱정도 들어있었다. 아주 조금. 정말 조금. 


사실 좀 많이.





-




원하지 않아도 해는 뜨고 아침은 온다. 이 불변의 진리는 몇천년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테지.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애써 잠을 쫓아내려 하품을 하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등 부산스럽게 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가는 눈꺼풀을 막을 수가 없어 이와이즈미는 아예 눈을 감고 오이카와의 가방을 잡고 걸어가는 중이었다.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오이카와는 잠을 깨려 졸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 문득 어제 이 골목에서 꽃을 꺾었던게 생각났다. 고추 떨어진다며 안한다 해놓고 방에서 문까지 꼭꼭 걸어잠근 모습이 생각나 귀끝으로 열이 몰리는 기분이었다. 아 쪽팔려. 


오이카와는 밀려오는 면구스러움에 걸음을 재촉했다. 분명 어제 그 골목에선 아무도 자신을 본 사람이 없었을텐데도 몰려오는 쪽팔림은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뭐야, 너 갑자기 왜 빨리 걸어."


"못생긴 이와쨩은 몰라도 돼."


"죽고싶지?"




툭툭 등을 치는 투박한 손길에 미안, 하고 가벼운 사과를 건냈다. 진심을 담으라며 세게 내려치는 손에 오이카와의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이와쨩, 팀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뭔지 자각 좀 해주면 좋겠는데.




"망할카와, 봄은 봄인가봐."


"왜?"


"벚꽃 핀거 봐. 비오면 길 되게 더럽겠다."


"....진짜 이와쨩은 삶에 낭만도 뭣도 없구나...보통 예쁘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아?"


"봄마다 보는건데 뭐."




이내 관심 없다는 듯 하품을 쩍 하며 걸어가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벚꽃구경은 물건너갔네.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은 남자답다면 남자답다고 할만한 모습이었다.  



-



오후 연습을 끝내고 어둑어둑 해진 골목을 걸었다. 어제와는 달리 느껴지는 편안함에 오이카와의 입에서는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가로등에 반사돼 아침과 달리 벚꽃이 눈처럼 하얗게 피어있었다. 아침에는 분홍빛이였던게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텁텁한 사내아이 감성으로 봐도 참 예뻐서 오이카와는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 이와쨩이 집 안가냐고 화낼것 같다. 


뒤늦게 떠오른 생각에 급히 이와이즈미 쪽을 쳐다보자 무덤덤한 그의 감성에도 벚꽃이 예뻐보였는지 방금 전의 그처럼 멍하니 벚꽃을 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라 오이카와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 또 반했나봐, 어떡해.


한참을 둘이서 말없이 벚꽃을 구경하던 와중 바람에 벚꽃잎이 흩날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이와이즈미가 손을 뻗어 꽃잎들을 잡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벚꽃잎을 따라 똥개마냥 사방팔방 뛰어다니다가 오이카와와 눈이 마주치자 머쓱하게 웃어보았다.



"떨어지면 아깝잖아."



평소 습관처럼 입을 삐죽 내민채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한가득 잡은 꽃잎들을 보여주었다. 굳은살이 배긴 손 틈 사이로 분홍빛이 가득했다. 안어울는 듯 어울리는 모습에 오이카와가 설풋 웃었다.



"이와쨩 속에도 소녀감성이 있는 줄은 몰랐어. 오이카와씨 감동이야."


"놀리냐? 때린다."


"소녀감성으로 그 폭력적인 면 좀 누를수 없어?"


"기어코 매를 버는 구나 니가."



두 손 가득 벚꽃 잡은채 와도 무섭지는 않은데 말이지. 오히려 로맨틱하면 모를까. 내사랑, 나의 무덤에는 벚꽃잎을 뿌려주오! 하고 오이카와가 장난스럽게 외치자 이와이즈미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옛다 하고 오이카와의 얼굴에 벚꽃을 던졌다. 


우엑, 써. 잘못 씹었다. 




"이와쨩도 먹어라."




쓴맛을 봐 괜히 심술이 난 오이카와가 손에 있던 벚꽃잎을 이와이즈미 얼굴을 향해 세게 던지자 그도 입안에 들어갔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퉤퉤 뱉었다. 


이윽고 둘의 눈이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눈싸움을 하는 것 마냥 벚꽃을 손에 가득 모아 상대방을 향해 던졌다. 그 와중에 떨어뜨리기는 싫어서 날라오는 벚꽃잎을 입으로 후후 불어 공중에 띄웠다. 



어두운 골목길, 있는건 너랑 나랑 벚꽃나무. 

마치 비밀 데이트라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잎이 두둥실 뜰 때마다 오이카와의 마음도 두둥실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벚꽃 사이로 장난스럽게 웃으며 볼에 가득 바람을 집어넣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이 웃기고 또 좋아서 오이카와는 허파에 바람이라도 든것마냥 실실 웃었다. 오늘같은 하루가 계속 된다면 진짜 조증으로 죽을 것 같았다. 아니면 여자애들이 말해는 설렘사라던가. 




"좋아해 이와쨩."




벚꽃향에 취해서 였을까 분위기에 취해서 였을까. 오이카와의 입에서 툭하고 나온 마음은 수습할 틈도 없이 퍼져나갔다. 이와이즈미 귀에도 똑똑히 들린것 같았다. 멍청하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들은게 틀림없었다. 급하게 입을 막고 눈치를 보았다.


친구로서 좋아한다고 할까, 그건 좀 구차해 보이지 않나. 변명같고. 그럼 진짜 좋아한다고 말해? 호모라고 욕하는 거 아냐?


고백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싸하게 식어가는 느낌에 오이카와는 그냥 냅다 튀었다. 수습하는 것은 용기있고 머리 좋은 놈이나 하는거다. 일단 지금의 자신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냥 그 자리를 도망가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 어떻게든 수습해주겠지. 


얼렁뚱땅 핑계를 대며 오이카와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일단 이와이즈미만 피하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어디가?!"




그리고 이와이즈미가 쫓아오는 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이와쨩 미친거아냐?! 왜 그래 진짜!"


"뭐가!"


"왜 따라오는데!"


"니가 도망가니까!!"




우문현답이라고 해야할지 단순하다고 해야할지 모를 대답에 오이카와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뭐야 저게.


그 자리에 주저앉은 오이카와가 숨을 고르는 동안 이와이즈미도 그 근처로 다가와 천천히 숨을 골랐다. 부족한 공기를 유입하기에 바빠 입밖으로는 더운 숨만이 나왔다. 조금 진정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전 벚꽃을 잡으며 놀던 곳이라 방금 전 고백이 둘의 머릿속에 확 하고 다시 떠올랐다. 


정말 멋도 용기도 아무것도 없던 그저 풋내만 가득했던 고백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하고 달아올랐다. 귀끝까지가 아니라 온 몸이 빨개지는 기분에 숨을 고르는 척 두 손에 얼굴을 파묻어야만 했다. 피가 빠르게 온 몸을 돌았다가 멈춘것마냥 귓가에서 쿵쿵대는 심장 소리에 마른 침을 삼켰다.



"좋아해."



오이카와는 눈을 꼭 감은 채 다시 한 번 더 이와이즈미에게 전해 보았다. 아까 전처럼 얼떨결에 내뱉은 말이 아니라 좀 더 용기를 내서 마음을 꺼냈다



좋아해 이와쨩. 좋아해 정말이야. 



몇번이고 오이카와가 좋아한다 말해도 이와이즈미 쪽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혹시 이미 집으로 가버린건 아닐까 하고 천천히 손에서 얼굴을 떼자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와이즈미의 신발이 보였다. 도망간게 아니라면 너무 놀라고 충격적이여서 굳어버린 거겠지.


우울함을 가득 눈안에 품고 오이카와의 시선이 천천히 이와이즈미의 신발에서 다리, 벚꽃으로 인해 흐트러진 교복을 타고 올라가 눈을 마주쳤다. 시선의 끝에는 사과마냥 빨개진 얼굴이 있었다. 

뭐야.



"이와쨩 얼굴이 빨개."


"시끄러."


"왜 빨개진거야?"



몰라 망할카와. 창피한듯 손으로 얼굴을 북북 씼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아, 귀여워. 귀끝까지 빨개진거 봐. 슬쩍 눈치를 보다 다시 말을 꺼내보았다. 좋아해 하고.



"어."


"진짜 좋아해 이와쨩."


"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좋아했어.'


"어."


"...이와쨩은 '어'만 할 줄 아는 바보에요?"


"죽고싶냐."




무슨 말을 하든 단답으로만 대답하는 게 심통이나 놀리듯 묻자 빨개진 얼굴로 겁을 주듯 눈을 부라린다. 이와이즈미 스스로도 창피한지 얼굴을 몇번이고 손으로 쓸어내린다.




"고백받은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할카와."




창피한듯 툭 내뱉는 말에 오이카와까지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랐다. 처음이구나. 응, 내가 너에게 고백한 첫사람이구나. 심장이 크게 부풀어올라 목구멍을 꽉 막은 것 마냥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응, 좋아해 이와쨩. 정말이야."



하고 부풀은 마음만 보여줄 뿐이었다. 













-


전력 써야돼서 포기....으어어에에ㅔㅔ 


그냥 썰로 풀자면 밤 벚꽃 피는 그날 고백하고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고 같이 집가는데 둘 사이에서 벚꽃을 닮은 분홍내가 퐁퐁 날것 같다. 나중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이와이즈미가 뭐 고백했으니까 우리 사귀는거냐? 하고 물어서 오이카와상 당황ㅋㅋㅋ 이와이즈미는 연애는 해본적도 없고 이제까지 남들 연애하는 것만 봐왔으니까 고백하거나 받으면 무조건 사귀는 줄 알았으면ㅋㅋㅋ 연애고자 이와이즈미 덕분에 오이카와만 핵이득이면 좋겠다ㅋㅋㅋㅋ 

오이카와가 대답하기도 전에 뭐. 사귀는거겠지 잘자. 하고 이와이즈미가 도망치듯 집에 가고 나중에 오이카와는 방에서 좋아가지고 데굴데굴 구를듯ㅋㅋㅋㅋ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서 볼도 꼬집어 보고 소리 지르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속으로만 끙끙 거리고 이불 푹 뒤집어쓰고 작게 소리 지르고ㅋㅋㅋ 온갖 오두방정은 다 떨거 같다. 그리고 그만큼 심장도 떨리겠지. 


그리고 둘 다 설레서 밤새고 다음날 눈밑이 캄캄한 상태로 만나는ㅋㅋㅋ 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데 귀끝은 새빨개져 있으면 좋겠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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