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 전력] 넌 내 눈속의 사과야

하이큐/소설 2015. 3. 14. 23:14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그 소녀의 대사 일부분을 가져왔어요!


브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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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 둘이 연락이 끊긴다는 건 주변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심지어 그 둘까지도. 



연락이 끊어지는 건 자연스러웠다. 서로의 일상이 너무도 달랐고 바빴다는 핑계 하나면 사람들은 모두 납득해주었다. 


오이카와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국가대표로서의 삶을 살았다. 타고난 언변과 화려한 외모 그리고 뛰어난 실력으로 배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쉬운일이었다.배구팬이 아니더라도 그의 외모와 성격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배구 뿐만 아니라 연예인으로서 티비에 나오는 일도 잦았다. 극성팬때문인지 번호를 바꾸는 것도 수차례였다. 


반면 이와이즈미는 배구를 온전히 관두었다. 배구에 걸었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그는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을 즐겼다. 밤늦게까지 술도 마셔보고, 숙취로 자체 휴강도 하고, 과제폭탄도 맞고, 여자친구도 사귀어 보고. 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대학교 초반 까지는 드문드문 이어졌던 연락은 서로 다른 일상 생활을 핑계로 조금씩 줄어들었고 결국 바뀐 번호도 모른채 간신히 닿던 인연은 끊어졌다. 어쩌면 더 할 수 있는 연락을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 밀어낸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둘은 문득 했다. 



 

사실은 참 많이 좋아했다. 둘이서.

 친한 친구가 언제 제 맘속에 자리 잡았는지는 몰라도 이미 마음 깊숙히 자리잡은 그 사람을 밀어낼 수 없어서 그저 담고만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삶이, 호모로서 손가락질 받고 살아야한다는 그 현실이 참으로 무서웠다. 오이카와는 배구를 하지 못할까봐 무서웠고 이와이즈미는 가족들이 등을 돌릴까봐 무서웠다. 서로가 서로를 망칠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사랑으로부터 그저 도망쳤다. 


아직 어리니까. 너무 친하게 다녀서 착각하는 것일지도 몰라. 여자친구도 있는걸. 난 게이가 아냐. 


이러한 생각들로 방어를 하고 벽을 치며 자신의 마음을 부정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너무 애틋해서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서운해서 상대방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눈이 좇는것 까지는 막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챙겨주고 서로를 보는 눈에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도 그저 외면하고 모른 척 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눈에서 멀어지면 다른 사람이 생길거라 기대했지만, 늘 마음의 끝에는 서로가 있었다.

 


그런 둘이 만난건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오이카와는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유소년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이와이즈미는 사회 초년생이었다. 서로가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른채 스물 일곱. 우연처럼 고향 집 앞에서 마주쳤다. 



"오랜만, 이와쨩."


"오랜만이다. 오이카와."



잘 지냈어? 하고 묻는 목소리는 자신이 듣기에도 어색해서 둘은 빠르게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와서 친한척 말을 걸기도 뭐했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 또 볼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부모님들의 성화에 서로의 집을 왔다갔다하며 심부름하고 안부를 물으며 주말 내내 붙어다녔더니 결국 끊어진줄 알았던 인연이 다시 맞붙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하게도 이와이즈미의 직장과 오이카와가 사는 집이 가까워서 둘은 종종 만나고는 했다. 그렇게 예전처럼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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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즈미의 프로젝트 성공 기념으로 둘은 가볍게 술잔을 부딫혔다. 쨍_ 하고 맑은 소리가 둘 사이를 울렸다. 이와이즈미는 기분이 좋은지 몇잔이고 빠르게 마셨고 오이카와도 그런 이와이즈미를 따라 웃으며 즐겁게 마셨다.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를 외치던 둘이 취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오이카와."


"응?"


"이러니까 꼭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지않냐?"


"그러게. 왜 연락을 하지 못했을까 우리. 뭐가 무섭다고."

 

 

키득키득 웃으며 술잔을 따르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어린 마음으로 객기라도 한번 부려볼걸 그랬어."


"...이와쨩?"


"어른이 된 지금이 현실을 더 무서워 할줄은 몰랐는데."

 


 


자신의 눈을 피한 채 술을 따르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오이카와가 공허하게 웃었다.

 


 


"...응, 그러게. 너무 늦었네 우리."

 

 


그 다음부터는 아무 말도 없이 둘이서 내리 술만 마셨다. 취중진담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이 내 마음을 보이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울까봐 그 무거운 마음을 술로 꾹꾹 눌러 내릴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마시다 내일도 출근이라는 생각에 이와이즈미가 먼저 오이카와를 부축하고 일어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며 걷던 둘은 결국 근처 놀이터에 앉아 쉬어가기로 했다. 



"아, 내일 숙취 장난 아니겠다."


"그냥 쉬면 안돼 이와쨩?"


"짬밥도 안되는데 숙취로 쉬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냐, 바보카와."



그런가? 난 잘몰라서 회사일은. 헤죽 하고 웃으며 말하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봤다. 사실 오이카와가 회사일을 알리가 없었다. 한나라의  대표로서 활약하던 그가 회사일을 할 일이 무어 있겠는가. 새삼 느껴지는 그와 자신의 차이에 이와이즈미는 입맛이 씁쓸해졌다. 십년에 가까운 시간을 오이카와는 자시이 모르는 길을 걸어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이 그의 공을 받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애써 눌러왔던 마음들이 술김을 빌려 울컥 하고 쏟아졌다.


 


 

"오이카와, 좋아했어."


"좋아해."


"...아마 좋아하고 또 좋아할거야."

 


 

이와이즈미의 입에서 띄엄띄엄 나오는 문장들을 가만히 듣고있던 오이카와는 조용히 일어나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멀어져가는 널찍한 등을 풀린 눈으로 지켜보던 이와이즈미는 가만 눈을 감았다.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꺼낸 자신이 우스워서 그리고 모른척하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비참해져서. 근데 이제라도 꺼내서 좋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숨을 쉴때마다 속에서 술냄새가 올라와서 그저 호흡을 하는데도 취하는 기분이었다.



"이와쨩, 자?"



가만히 어깨를 흔드는 손짓에 눈을 뜨자 오이카와가 커다란 편의점 봉투 하나를 건냈다. 그 안에는 숙취해소 음료수와 물 그리고 사과맛 사탕이 가득 담겨있었다. 

 


 

"뭐야."


"화이트데이잖아."


"넌 여전히 이런건 잘 챙기네. 느끼한 자식. 어쨌든 고맙다 잘먹을게."



이와이즈미가 피식 웃으며 봉지 안을 부스럭거리며 뒤졌다. 이리저리 보아도 온통 사과맛 뿐이었다. 고백한 뒤여서 였을까, 갑자기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그저 고개만 가만 숙이고 봉투를 뒤적이는 이와이즈미앞으로 오이카와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나도 널 좋아하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넌 영원히 내 눈속의 사과야. 이와쨩"




눈가를 가득 채운던 눈물은 오이카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릎위로 떨어졌다. 긴 시간을 빙둘러 온게 허탈하기도 하고, 이제라도 마음이 닿았다는게 너무 좋아서 이와이즈미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뚝뚝 흘렸다. 

얼굴이 오만상으로 찌푸러진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가 조용히 손을 뻗어 흥건히 뺨을 적신 눈물들을 닦아내었다. 못난 이와쨩. 어떻게 이렇게 변함없이 못생길 수가 있어요? 내 이와쨩.


미간을 찌푸린채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대는 이와이즈미와는 달리 평온하게 웃던 오이카와도 서서히 인상을 찌푸린채 결국 눈물을 쏟아내었다. 여기서 더 한발자국 나가도 될까.

 

어른이 되고 마주한 현실은 상상했던것보다 더 차갑고 무서워서 섣불리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이제와서 게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제까지 상상해온 미래를 송두리채 바꿔버리는 거라 그 한발자국을 내딛기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근데도 내 앞에서 우는 이 사람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애틋해서 둘은 아무런 고백도 거절조차 하지 못하고  서로 가만히 봉지의 끄트러미만 잡은 채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펑펑 울고 부은 눈으로 각자의 집에 돌아가기 전 오이카와가 조용히 물었다.

 

이와쨩, 연락해도 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는 몇번이고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었다. 다시 예전처럼 연락하게 된 둘은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연인처럼 지냈다. 휴일에는 당연히 서로를 찾고 만나고 연락하고 서투르게 스킨쉽도 하며 그때 하고싶었던 것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하지만 몇번의 봄이 지나도 고백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서로의 삶을 망치기 전 빠져나갈 구멍 하나를 만들어 둔채 그저 서로에게 눈속의 사과로 남은채 잔잔한 사랑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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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the apple of the eyes.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사람. 



이 말 정말 예쁜것 같다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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